▲책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 표지
바람의 아이들
다음날 수업에선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저자 변선진)를 읽었다. 이 책은 고인이 된 변선진 작가가 청소년기에 만든 작품으로 어른들은 우리가 왜 우는지, 무엇이 무서운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초콜릿만 쥐어준다고 말한다.
이 책을 수업에서 읽어주고는 대뜸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어른이 미안하다고. 여러분 마음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대신 이런 책 열심히 찾아 읽고 여러분 마음에 다가가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화면 속에서 아이들은 뜨뜻미지근했다. 그저 어디 안 가고, 화면 켜고 앉아 있으니 되었다 생각했다.
그렇게 첫 시간, 첫 주를 보냈다. 드디어 둘째 주 등교 수업이 있는 월요일 아침, 마침 나는 등교 지도를 하고 있었다. 한 명, 두 명 나를 알아보는 친구들이 나타났다.
"우와! 국어쌤이다."
"쌤! 저 쌤 이름 알아요. 홍정희 쌤!"
"야! 그림책 쌤이야."
"어머 선생님 너무 보고 싶었어요."
"선생님 그림책 너무 좋았어요."
나는 교사가 되기 전 수년간 여러 회사를 다녔다. 사기업, 공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건대 아침에 출근하며 이렇게 마음이 가벼웠던 적이 있던가. 오늘은 어떻게 웃겨줄까 고민하며 두근두근했던 적이 있던가. '사랑'을 기저에 깔고 만나는 직장이 있었던가.
신나 미치겠는 마음으로 출근한다. 이 마음이 오랜 휴직 끝에 드디어 밥벌이를 하게 된 직장인의 마음일지언정, 끝도 없는 육아에서 잠시 놓여난 해방감일지언정, 적어도 가장 바쁜 3월을 보내고 있는 학교에서 바쁜 게 싫지 않은 감정 상태로 지금까지 출근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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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그리움을 얘기하는 국어 교사로,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로, 자연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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