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의 입구원래는 광릉 수목원이 었지만 후에 국립수목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입구에서 옜 광릉수목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운민
예전에는 광릉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가 이제는 이름이 국립수목원으로 바뀐 그곳으로 간다. 광릉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길 건너편에 국립수목원의 입구가 보이면서 '여기서부터 포천입니다' 알리는 표지판에 눈길이 간다.
불과 몇백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광릉은 남양주시에 속하고 국립수목원은 포천시에 있는 아이러니함이 전해져 온다. 그래도 같은 남양주권에 속해있는 만큼 국립수목원도 남양주 편에서 함께 다루기로 한다. 몇백 년 전부터 울창한 산림이 조성되어 있는 광릉숲을 바탕으로 조성된 국립수목원은 다른 수목원들과 달리 미리 전화나 인터넷 예약을 통해서 들어가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다.
절차가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는 벌써 차로 가득해서 좀처럼 주차를 할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숲으로 돌아가 좋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욕구가 꽤 크구나 엿볼 수 있었다. 국립수목원은 과연 그 명성답게 입구에서부터 참나무의 우람한 자태가 멀리서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수백 년 동안 금단의 구역으로 풀 한 포기조차 뽑는 걸 금지했기에 이렇게 생태가 잘 보전되었을지도 모른다.
광릉숲은 세계적인 희귀종 크낙새·하늘다람쥐·장수하늘소·원앙새 등 20여 종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천연림을 비롯한 2931종의 식물과, 2881종의 동물이 뛰어놀고 있어 생태계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 또,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동식물의 낙원이며 천연의 자연사박물관이라 불린다. 이곳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수목원 내 조성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침엽수원, 전나무숲 등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난대식물원실, 산림박물관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특히 국립수목원 한쪽 끝에는 육림호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 그 곁에 있는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하며 바라보는 전망이 무척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규모가 무척 넓은 만큼 어디를 어떻게 돌아봐야 할지 행복한 고민이 든다. 아직 겨울이 채 가시지 않아 나무와 꽃들이 앙상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뭇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푸른 멍울이 조그맣게 피어있다.
유난히 추웠던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자연의 순환 법칙에 따라 봄은 변함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년은 국가적, 아니 전 세계적 재앙으로 인해 누구나 가릴 것 없이 힘든 나날을 보냈었다. 나무에 피는 멍울을 보면서 조그마한 희망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