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로빙(wardrobing)족은 상점에서 마음대로 제품을 구매해 사용한 뒤 환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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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들도 반품을 줄이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한다.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제도가 있다.
첫째. 가격 일치제(Price Match)다. 구매한 물건이 다른 상점에서 더 저렴하게 팔리면, 그 차액만큼 상점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A 상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바로 옆 B 상점에서 더 저렴하게 판다면? 보통의 경우, A 상점에서 환불하고 다시 B 상점에 가서 같은 제품을 사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격일치제를 활용하면 이러한 환불이 불필요해진다. 우리는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온라인 마켓 가격과 비교했다. 물건을 사기 전이라면 계산대에 우리가 찾은 저렴한 가격을 보여주면 그 가격이 적용됐다. 사고 난 후라면 그 차액만큼 돌려받았다.
둘째, 가격 조정제(Price Adjustment)다. 일정 기간 내 구입한 제품의 가격이 동일한 상점에서 더 저렴해진 경우, 그 차액만큼 돌려받는 제도다. 만약 정가로 구입한 물건이 며칠 지나 할인을 시작해 가격이 낮아졌다면? 기존에 구입한 물건을 환불하고 할인된 가격으로 재구매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가격조정제를 사용하면 이러한 환불 역시 불필요해진다. 한번은, 미국에서 10% 할인받아 가방을 샀다. 일주일 뒤 그 매장에서 할인행사가 시작돼 내가 산 가방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되레 더 기뻤다. 가격 조정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점에 영수증을 제시하고 추가 할인된 금액을 돌려받았다.
셋째, 고객 쇼핑 행동에 대한 모니터링이다. 상점마다 고유의 알고리즘을 구성해, 악의적·상습적인 반품을 거절하기도 한다. 2018년 몇몇 대형 유통망은 반품 내역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회사를 이용해 악의성 고객을 골라내기도 했다.
당시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의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유통망들은 자체적인 알고리즘으로 고객 쇼핑 행동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영수증 없는 반품 △매장 마감 시간 반품 △단기간 집중되는 반품 등을 유통사들이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미니멀리즘은 저 멀리
그런데도, 대다수 미국 유통업계는 반품정책에 공을 들인다. 미국 소비자들이 유통망을 선택하는 데 있어 '반품·환불 편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객 경험 플랫폼 나바(Narvar)에 따르면, 상품을 반품한 대다수(약 82%)가 단골이다.
미국에는 다양한 세일 시즌이 있다. 소비 충동이 불끈 솟을 때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상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견물생심(見物生心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이라고 했던가. 나도 모르게 카트에 세일 상품을 한가득 담았다.
마지막 계산대 앞에서 이성을 차렸다. '이 모든 물건이 다 필요할까?' 고민을 할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하지 뭐!'라며 나를 달랬다. 막상 물건을 집에 가져오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러나 '환불 귀차니즘'에 빠졌다.
이런 행동이 몇 번 반복돼, 집 안 구석구석에 불필요한 물건들이 쌓여갔다. 분명 우린 미국에 오면서 '미니멀리즘'을 지향했는데, 어느새 '맥시멈리즘'이 됐다.
사실 여행 가기 직전에 샀던 고가의 카메라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양심상 도저히 환불하지 못했다. 우리 집 카메라는 3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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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인 받은 가방이 일주일 뒤 반값으로... 이게 왜 기뻤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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