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아마존 생태계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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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환불마저 완벽했다. 한 번은 상품을 구입하고 사용해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을 요청했다. 계좌로 바로 환불됐다. 제품은 반품할 필요 없다고 했다. 결코, 저렴한 상품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미국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아마존 생태계에 푹 빠졌다.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미국에서 생활했던 2년 동안 우리는 아마존과 늘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맹공격의 키워드는 '독점'
우리 마을 집집마다 문 앞에 아마존 포장 상자가 쌓여 있었다. 거리엔 아마존 배송트럭이 쉬이 눈에 띄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탁월한 고객서비스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아마존 최고!'를 외치고 있다.
반면, 미국 의회와 규제 당국은 아마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렸다. 미국 민주당도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들을 향해 반독점 칼날을 갈고 있었다. 우리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유명인들이 아마존을 공격하는 뉴스를 수시로 접했다.
한 번은 뉴욕대 교수가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위대합니다. 특정한 하나의 플레이어(Player)에 권력을 집중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마존은 다릅니다. 독점입니다. 해체돼야 합니다."
그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연일 아마존을 독점이라며 비판했다. 아마존의 저가 공세로 '선량한'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마존은 소상공인을 잡아먹는 초대형 '블랙홀'인 셈이다.
2018년 3월 세계 최대 장난감 기업 토이저러스가 문을 닫았다. 미국의 735개 토이저러스 매장은 폐쇄됐고, 3만 3천여 명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시장조사기관은 "아마존 때문에 파산한 27번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반독점 역사
미국은 반독점법(Antitrust Law)을 제정한 나라다. 주도산업에서 독점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면 연방정부는 반독점 칼날을 빼 들었다. 자유시장경제의 대표국가인 미국은 오래전부터 독점을 하나의 '악(惡)'으로 봤다. 그 역사는 1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소수의 대자본가가 결합해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결합(Trust)'을 조직했다. 이들은 미국 철도, 석유, 철강, 심지어 설탕까지 주요 산업을 장악해 갔다. 해당 산업에서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형성했다.
가장 유명한 회사는 석유왕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이다. 존 록펠러는 1882년 석유 업계 기업들을 수직·수평으로 결합했다. 기록에 따르면, 록펠러는 트러스트 조직을 통해 1904년 미국 산유량의 91%, 석유제품의 85%까지 독차지했다.
록펠러는 정유업을 장악한 이후, 품질 좋은 석유를 매우 낮은 가격에 팔았다. 자연스레 경쟁사들은 망했다. 그 후 록펠러는 가격을 크게 높여 폭리를 취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독점기업은 부유해졌고,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정부가 나설 차례였다. 1906년 셔먼법(Sherman Act)에 따라 스탠더드 오일을 상대로 독점금지 소송이 제기됐다. 셔먼법은 1890년에 제정된 미국의 최초 독점 금지법이다. 기업합동(Trust)을 금지한다.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반독점(Anti-trust)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유래됐다. 1911년 미국 대법원의 강제 분할 판결에 따라 스탠더드 오일은 34개로 쪼개졌다.
셔먼법은 모호한 규정이 많아, 대기업들이 그 빈틈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14년 클레이턴 반독점법(Clayton Antitrust Act)과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이 제정됐다.
클레이턴 반독점법은 독점을 형성하는 관행 등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연방거래위원회법을 통해 반독점 행위를 전담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가 설립되었다. 현재 미국의 반독점법은 이 세 법령과 판례들로 구성된 것이다.
반독점 역사에서 미국 대형통신회사 AT&T를 빼놓을 수 없다. AT&T는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전화 특허권으로 탄생한 회사다. 미국의 자부심이다. 1970년 AT&T는 미국 전화시장의 80%를 독점했다. 미국 정부와 AT&T는 여러 차례 반독점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1984년 AT&T는 반독점 소송에서 항복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기존의 AT&T를 엄마 벨(Ma Bell)이라 불렀다. 분할되어 탄생한 7개 지역 전화 사업자를 아기벨(Baby Bell)이라고 칭했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정보기술(IT)이 주도산업으로 급부상했다.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운영체제 '윈도'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웹브라우저 시장까지 독점하려 했다. 연방정부는 MS를 고발했다. '소프트웨어 끼워팔기'는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1심(2000년 4월)은 독점 혐의를 인정했다. 2심(2001년 6월)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친기업 성향의 부시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게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강제 분할 직전까지 갔지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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