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후보
윤창현 제공
11대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임원 선거가 14년 만에 경선으로 이뤄진다. 이번 임원선거에는 일찌감치 연임 도전을 선언한 오정훈 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8일 출마를 선언한 윤창현 언론노조 SBS 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윤창현 후보는 SBS 본부장을 하며 사장 임명동의제 등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5년간 SBS 본부장을 했는데 왜 언론노조 위원장에 출마했는지 궁금해 지난 20일 윤창현 후보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윤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 차기 언론노조 임원 선거 출마하셨어요. 선거운동 3일 정도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언론노조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고 약한 고리인 지역 언론인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습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을 만나야죠. 일단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현재 어떤 상태에서 일하고 있고 어떤 고통을 겪고 있고 언론노조가 어떤 부분을 치유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게 제 선거운동의 시작입니다."
- SBS본부 선거해 보셨지만 본부 선거와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는 다를 거 같은데.
"완전히 다르고요. SBS는 제가 몸담은 조직의 노조 대표를 뽑는 선거 과정이기 때문에 제가 비교적 현안도 잘 파악을 하고 있고 조합원들도 대부분 다 아는 분들이 있고 하니까 좀 어려움은 덜한 단면에 언론노조는 각자 이해가 다른 사업장이 모여 있잖아요.
그래서 소속된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서 마주한 어려움이 다 다르죠. 언론노조가 그동안 우리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왔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지고 또 여전히 또 많은 분께서 언론노조에 기대를 가지고 계시다는 부분도 확인하면서 이렇게 많이 듣고 있습니다."
- 조합원들은 뭐라고 하나요?
"지금까지 주로 큰 조직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지역에 있어서 그동안 언론노조 정책의 중심에서 소외돼 온 분들을 먼저 만나고 있거든요. 언론 노조가 소수 조직 내지는 지역 문제에 있어서 그동안 충분히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많이 들었고 특히 촛불혁명 이후에 기대했던 언론 개혁 문제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언론노조가 오랜 기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비판적인 인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촛불혁명 이후 한국 사회에 새로운 언론 지형 펼쳐져"
-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언론노조의 기자회견을 보며 출마를 결심했다고 하셨던데 왜 그렇게 생각하셨을까요?
"사실 언론 개혁이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온 지가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촛불혁명 이후 지난해 총선 과정 전후로 언론개혁 어떻게 할 거냐는 얘기가 계속 나왔는데 청와대에서는 컨트롤타워가 없고 우리는 언론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습니다.
촛불혁명 광장에서 나왔던 언론의 독립성 문제, 자본으로부터 어떻게 독립성을 지킬 것인지 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시킬 것인지 또 미디어 미래 생태환경을 어떻게 더 강한 공공성 아래 묶어두고 또 시장 논리에 완전히 잠식되지 않고 건강하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같은 숙제가 있었잖아요.
거의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진전된 게 없는데 이게 지금 문재인 정부 말기가 가까워지고 있잖아요. 4월이면 재보궐선거고, 그다음에 대선 국면인데 '지금 미디어 개혁위원회를 왜 안 만드냐,', 내지는 '언론 개혁 다 어디로 갔느냐'라고 이제 와서 언론노조가 입장을 내는 것이 너무 소극적이고 실기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동안 여러 사람이 문제제기 했는데 왜 이렇게 소극적인가란 의문을 지울 수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최근 들어서 언론노조가 여러 가지 굉장히 중요한 사안들에 있어서 입장을 내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시민들의 비판이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인지 잘 모르겠는데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문제 같은 사안은 다른 직능 단체들이 입장을 낼 때도 언론노조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런 모습 보면서 말과 글로 먹고사는 언론인들의 노동조합에서 이런 입장 표명을 두려워하는 상태로 스스로의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을 감퇴시키는 방향으로 활동 이루어지고 있다고 봤고요. 이건 지식인의 직무유기라고도 보입니다.
이래선 언론인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고, 또 같은 우려를 해 오시던 여러 조직의 동료, 제 언론노조 활동 경험에 대한 신뢰를 갖고 계신 분들이 비슷한 시기에 '좀 출마해서 상황을 바로 잡아 달라. 언론노조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달라'는 요구를 해 오셨어요. 그런 요구들과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고민과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출마 결심으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 언론노조에서 중요한 사안에 입장을 못 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는데 왜 언론노조가 입장을 못 내고 있을까요?
"촛불혁명 이후 한국 사회에 새로운 언론 지형이 펼쳐졌잖아요. 그리고 진영 논리에 입각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러기라고 비판하고, 비난하고, 집단적으로 혐오를 가하는 것들이 제가 보기에 무슨 일종의 놀이처럼 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이렇게 해서는 언론개혁이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 언론노조 내부에서 제 기억으로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진 적이 언젠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지금 미디어 개혁위원회라는 걸 이야기하지만 언론노조는 스스로 과연 미디어 개혁위원회에 어떤 내용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되고 있나라고 질문해 보면 내부에 진지한 논의과정, 논쟁의 과정, 정책토론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거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리된 입장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 선명해야 합니다. 저희가 비판받고 고칠 점은 고쳐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근본적인 우리 가치, 저널리즘의 이슈들을 포기하는 듯한 쪽으로 논의가 흘러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그럼 그게 언제부터라고 보세요?
"민주당이 소위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 거대 집권 세력으로 성장을 했잖아요. 그 와중에서 상당히 많은 강성 지지자그룹이 형성되어 있고, 그분들이 민주당을 비판하거나 민주당 인사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물론 언론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많습니다만 그것을 넘어서서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그런 방식으로 거꾸로 언론의 근본적인 자유, 굉장히 중요한 헌법 가치에 대해서까지 과도하게 문제 제기를 하거나 하는 과정에서 촛불 혁명의 같은 지지기반이었던 시민들이 언론인들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드러내면서 언론노조가 불신의 근원이 어디인가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하나씩 못 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그런 시민들의 비판과 혐오를 저는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이 쏟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7회 말 선발 투수가 공을 120개 정도 던진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