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세계 난민의 날 기자회견 - 난민거부 정책 폐기, 난민보호를 위한 난민법 개정 이제 답하라
공익법센터 어필
정부가 지속적으로 홍보해 온 "아시아 최초의 독립된 난민협약 이행 법률"인 현행 난민법은 여러모로 보완이 필요하다.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공항에서는 방치된 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난민들이 있으며, 한국에 정착해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인도적 체류자들에게는 기본적인 처우가 제공되지 않는다.
1차 심사에서 기각된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이의신청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무부가 2020년 12월 28일 입법 예고한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이처럼 보완이 필요한 부분과 난민의 권리 보장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난민을 거부하고 빨리 추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정책뿐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부적격 결정'과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이다. 법무부의 개정안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오로지 체류 연장 목적이나 사인 간의 분쟁 또는 경제적인 이유 등 이 법에 따른 난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임을 명시하여 난민 불인정 결정을 한다."
물론 명백하게 난민이 아닌 경우에는 불인정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신속한 절차의 진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법무부에서 예로 든 사유인 '체류 연장 목적'이나 '사인 간의 분쟁', '경제적인 이유'에서의 난민신청을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으로 낙인찍겠다는 법무부의 태도다.
난민신청자들이 체류를 연장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든 난민인정신청을 하고 난민임을 확인받는 과정에서 추방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 생계비 지원 등은 극히 제한적이므로 본인이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난민인정심사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또한 본국에서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차별적인 취업 제한의 대상이 되었거나 약탈 등의 대상이 되었다면 경제적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난민협약상의 박해에 해당할 수 있다.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으로 인한 불인정 결정
A씨는 본국에서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다 가까스로 도망쳐 한국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했다. 도망치기 전 여러 번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본국에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 제도가 전무할 뿐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청하려 하는 피해 여성은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낙인이 찍혀 차별을 받기 쉽다.
출신국에 대한 조사와 구체적인 심사 후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A씨는 난민협약상 난민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가정폭력은 '사인 간의 분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는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현재 입법 예고된 난민법 개정안이 적용된다면 A씨는 단순한 불인정 결정이 아닌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으로 인한 난민 불인정 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의신청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는 제한된다.
그러면 어떤 사유를 "명백히 이유 없다"라고 할 수 있을까? 유엔난민기구에 의하면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은 "명백히 사기적인" 신청으로, 난민신청이 명백히 사기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허위 진술을 넘어선 사기 행위가 개입되고, 고의로 심사관을 기망하려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조심스럽게 접근이 되어야 하며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다양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법무부가 제시한 체류 연장 목적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무부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개정안은 '오로지'라는 단서를 달고 있으니 제한적으로만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무부의 현재까지의 심사 관행을 비추어보면 엄격한 심사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할 것은 명백하다.
현행 난민법 시행령은 출입국항, 즉 공항에서 난민신청한 사람 중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 이 사람은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수많은 난민신청자들은 이 조항에 의해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되지 못한 채 강제송환 되어 왔다. 이 중에서는 법원에서의 다툼을 통해 불회부 결정이 취소되고 입국 후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도 여럿 있다.
타국가와의 외교적 고려 등으로 난민인정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박해가 없어서가 아니라 파장을 우려하여 보다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다. '그 나라에 박해가 없다'고 하긴 어려우니 '증거가 부족하다'고 이미 반복해서 결정한 사례들이 있다. 과거의 잘못된 선례들이 축적된 억울한 사례들, 앞으로 모두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재신청자는 면접조사를 생략하고 '부적격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