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진은 지난 9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영과후진(盈科後進). 서울시교육감이 보낸 신년 카드에 쓰인 고사성어다. 그 뜻인즉 '물은 흘러 웅덩이를 만나면 채우고 다시 흐른다'는 것.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행정법원의 결정 직후 인사권자로서 이에 사과하고, 국정 안정과 수습을 당부했다(관련 기사:
문 대통령 "국민께 불편.혼란 초래... 사과말씀을 드린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검찰총장과 사법부에 대한 탄핵이 아니다. 그것은 열성 당원이나 극렬 지지층의 주장일 수는 있으나 5000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이 할 소리는 아니며, 자칫 탄핵으로 들어선 정권이 탄핵으로 몰락할 수도 있는 분별없는 처사일 수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통령 그리고 집권 여당 대표가 분명히 선을 긋는 것이 좋다.
당장 집중할 일은 인사 쇄신을 통해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더 강직하고 보다 청렴하며 검찰 내부에 밝은 법무부장관을 발탁, 임명하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인물이 어디 있냐고 묻지 말라. 물론 조국 전 장관을 대상으로 했던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과 사돈에 팔촌까지의 '신상털기식' 수사에도 건재할 공직 후보자가 드문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런 귀한 분들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
오히려 겸허하게 반성할 점은, 문재인 정부의 인재 명부와 인사 시스템이 다소 편향돼 왔다는 점이다. 조국 전 장관보다 주변의 결함이 작지만 그만큼 검찰개혁에 밝고, 추미애 장관보다 유연하나 그만큼 소신이 있는 법무부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의 시즌2에 착수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일 것이다.
둘째,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부 안에서 '미니 분권형 대통령제' 실험을 감당해 내야 한다. 물론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속한 자진 사퇴 이후 신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동시 임명으로 국면을 쇄신하는 방안이다. 그렇지만 마치 사법부의 결정을 예측이라도 한 듯 검찰총장의 징계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라고 당부(12.3.)했던 문재인 대통령 성품상 '다른 수단'에 의해 임기제 총장을 물러나게 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것은 감사원장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프랑스가 했던 좌우 동거 내각(cohabitation)처럼, 실세 장관과 실세 총장이 견제하는 분권적 상황을 터득하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은 정부 여당의 협력 속에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라는 2차 검찰개혁을 단행하고, 검찰총장은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과 대기업 등 살아 있는 진짜 권력에 대한 감시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처음에는 좌우 동거 내각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여러 차례 반복되자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국민 편에서 이는 그동안 유력한 개헌안의 하나로 제시됐던 이원집정부제의 모의시험일 수 있고, 정부 편에서는 임기 말 권력형 비리에 대한 강력한 예방조치일 수도 있다.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권력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임기제 기관장을 둔 제도적 취지이기도 하다. 언제나처럼 '인사가 만사'다.
마지막으로, 신축년 새해에는 코로나19, 한국형 뉴딜, 부동산, 한반도의 평화정착 등 대통령 의제(presidential agenda)에 대한 대통령의 적극적인 현장 행보를 보고 소상한 담론을 듣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코로나 상황 탓이겠지만, 올 한해 들어 대통령의 모습은 최근 다소 어두웠고 말수 또한 부쩍 줄어든 느낌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행정부, 국회, 지방정부를 압도적으로 석권하고 있는, 굳이 대연정이나 거국 연립내각을 고민할 이유가 없는 다수파 정부다. 새해에는 부디 장관과 여당 국회의원들의 지금보다 훨씬 겸손한 자세와 그리고 자신감에 차 광폭 행보에 나서 소통하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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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혹독한 겨울... 그럼에도 반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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