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학교에는 사회에서 느끼는 연말연시 분위기가 없다. 정확히 하자면 2020년이나 2021년이라고 하는 연도의 개념도 사회와는 많이 다르다. 연도 대신에 학년도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한다. 3월에 개학해 이듬해 2월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연말은 12월이 아니고 2월이다.
학년도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 하는 것이 수능 시험 연도이다. 2020년 12월 3일에 치러진 수능 시험의 정식 명칭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올해 시험을 치른 고3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2020년 수능 시험으로 기억하고 있겠지만, 모든 공식문서에서는 2021학년도로 기록된다. 2021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12월 중순 이후가 되면 학교 분위기는 어떨까? 10여 년 전만 해도 이때쯤 되면 학교도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12월 말이 연말이 아닌 것이 아니라, 연말 분위기가 두 차례나 있는 느낌이었다. 12월 말도 연말, 2월 말도 연말이었다. 과거 농경사회 분위기로 이야기하면 일종의 농한기가 도래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지금 고등학교는 그런 농한기를 운운할 분위기가 아니다. 가혹한 학생부 기록 시즌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말고사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모든 평가가 끝났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어쩌면 본 게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학생부 기록이 남아 있다.
평가 마감 자체도 쉽지가 않다. 과거 선다형 시험만 있을 때와 달리 논·서술형 시험이 있어서 채점도 해야 하고, 채점에 대한 이의제기도 일일이 받아야 한다. 학생 확인 사인도 여러 차례 받아야 하는데, OMR 채점 결과, 논·서술형 채점 결과, 수행평가 채점 결과를 모두 받은 후에 이를 총 합산하여 나오는 최종 학기말 결과까지 확인받아야 일이 끝난다.
이런 일들과 동시에 학생부 기록 마감이 진행된다. 교사들 업무 부담도 부담이지만, 학생들 역시도 1년 간 자신들이 한 학교생활의 마지막 기록이 된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운다. 마치 졸업사진을 찍을 때 평생 기록으로 남을 사진 한 장이 신경 쓰이는 것과 비슷하다. 그나마 졸업 사진은 일종의 기분 문제이지만, 학생부 기록은 입시와 직결되어 있어서 허투루 넘어가기가 어렵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칼럼의 주제를 시작한 이유로 들어가야겠다. 지금 학교가 매우 바쁘다는 이야기가 본 주제는 아니다. 그럼 이렇게 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학생부 기록이 잘 기록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흥미 있어 할 주제로 넘어가고자 한다.
학생부 기록을 잘 남기려면
미리 찬물 확 끼얹는 이야기부터 하자면 뾰족한 방법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사실 얼마 전 수능 시험 앞두고 나도 고3 학생들에게 수능 대박 나라고 덕담을 하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수능 대박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기원은 아니다.
교육 평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기 실력대로 보라고 하는 게 정답에 거의 가까울 것이다.
초상화 그리는 걸 업으로 하는 어느 화가가 우스개로 이런 이야기를 한 걸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실제 얼굴과 똑같이 그리면 대부분 싫어합니다. 실제보다 조금 더 예쁘고 잘 생기게 그려주면, 다들 어쩌면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냐고 칭찬을 하죠."
우리가 받아드는 성적표도 비슷하다. 다들 실제 실력보다 더 높은 지점에 있는 점수가 자기가 받아야 할 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시험이란 잔인하고 냉혹한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가 한 것보다 더 윤색이 되고 미화된 기록이 남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양이 길어지고 자신이 실제로 한 것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촘촘하게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어떤 의미에서 학생부 기록은 역사가의 기록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