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itudePixabay
Pixabay
댓글을 달 경우 대체로는 "정말로 외롭지 않은가 봄?"이라든가 "고독을 초월한 분!"이라든가 "완전 행복해 보여요"라는 우호적 내용들이 주종을 이룬다. 그들중엔 '부럽다, 나도 행복하고 싶다' 등의 댓글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모든 댓글들에 다시금 원글 쓴 사람의 답글이 거의 실시간으로 붙으면, 그 사람의 소셜 미디어 페이지가 한동안 붐빈다. 아니 붐비는 것처럼 보인다.
소셜 미디어, 예컨대 페이스북에 '지금 좀 외롭다, 행복하지 않다'는 류의 글을 올리면 '힘내요'라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외롭지 않다, 행복하다'는 글을 올리면 '좋아요'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힘내요'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좋아요'를 수백 건 받아도, 어차피 온라인 상에서 받은 것이라 실감이 덜하다는 특징이 있다. 허나, 중요한 건 그런 반응을 받지 못할 때보다 확실히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 생각컨대, '외롭지 않다. 행복하다'는 글을 올린 사람은 '좋아요'를 통해 자기의 기분을 좀더 나아지게 하고 싶었을 것 같다. 격려 또는 응원을 받고 싶었을 것 같다.
그 사람이 그 시각 진짜로 안 외로웠다면, 진짜로 행복했다면, 그래서 별도의 격려나 응원이 없이도 자기자신의 행복으로 충만했다면, 새벽 2시 반쯤에 소셜 미디어 앱을 켜는 수고는 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리고, PC에서 다른 문서작업을 하다 문득 소셜 미디어 초기화면에 접속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추측컨대, 그 사람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혹 이거 아니었을까?
'난 정말 외롭지 않으니까 '좋아요' 꾹 눌러주세요.'
아니, 아니, 아니다.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은 이거였을지도 모르겠다.
'난 정말 외롭지 않다고 믿고 싶으니까 '좋아요' 꾹 눌러주셔서 나를 격려해주세요.'
그래서, 나는 '아차' 싶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스크롤바를 다시 올려가며,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외롭지 않아요, 행복해요"라고 쓴 그 사람의 글을 열심히 찾는다. '좋아요'를 누르기 위해서다. 그 사람의 글에 '좋아요'를 꾹 누르는 행동은, 외롭지 않다고 믿고 싶은 내게도 똑같이 격려와 응원의 의미가 되니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저서: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수업(위즈덤하우스), 해나 아렌트의 행위이론과 시민 정치(커뮤니케이션북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지식공작소), 환경살림 80가지(2022세종도서, 신앙과지성사) 등.
공유하기
SNS에 '외롭지 않아', '행복해' 글 올리는 사람들 심리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