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숲에서 바라본 하늘단풍이 물든 나무들 사이로 바라본 하늘, 바람이 불어 낙엽이 날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장순심
내려오는 길, 바람이 소용돌이치듯 불어와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보는 사람들이 모두 와! 감탄을 뿜어내는데 저 바닥에서 쓸쓸한 감정이 훅 올라온다. 그래도 좋다, 물든 가을이, 지는 낙엽이. 폐부를 울리는 쓸쓸함이.
생각해 보면 가을은 스러지는 계절이다. 단풍은 나무들에게는 소생의 기운과 반대로 모든 것을 떨구고 빈 몸으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절정의 때를 보여주는 것이며 소멸의 기운이 색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숲 전체가 전심으로 표현하는 생의 순환을 보며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감탄하지만, 내가 느낀 쓸쓸함은 나무의 생애에 대한 경외와 공감의 표현이기도 했던 것 같다.
절정의 때를 지나 정리하고 완성하는 때, 시들고 변형되어 결국 떨어지고야 마는, 그래서 바닥에 뒹구는 것들을 보며 인생의 황혼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단풍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저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절정의 때를 과감히 뒤로 하고 깔끔하게 물러설 줄 아는 지혜와 그렇게 빈 몸으로 돌아가는 것들에 대한 기꺼운 찬사는 아니었을까.
나이테 한 줄을 위해 한 단계의 삶을 정리하는 처절한 용기,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여유가 단풍을 찾도록 강하게 이끌었던 것 같다. 떨어지는 것들에 대한 환호는 그것들의 거침없음에, 그 당당함에 대한 박수와 경탄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