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 갯벌어마어마한 조수간만의 차이를 자랑하는 인천 갯벌, 생태계의 보고다
이상구
조수가 만드는 걸작품, 갯벌
인천은 항구다. 그 앞은 너른 바다다. 여긴 조수간만의 차이로 유명하다. 물이 들고 날 때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물이 빠지면 사람 걸음으로 한 시간 이상 걸어 나가도 모자를 정도다. 다시 물이 들어올 때 파도가 바닥의 고운 개흙을 휘저어 흙탕물이 인다. 육지에 가까운 서해의 물색이 탁해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절대 오염 따위가 아니다.
갯벌은 거대한 생태계다. 햇볕을 받아 제대로 광합성 한 미생물체는 다른 생명체들의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각종 조개와 굴, 갯지렁이, 게, 고둥 따위들이 그걸 먹으며 산다. 이들을 노리고 날아드는 저어새나 갈매기 떼의 모습은 장관이다. 소금기에 강한 식물들도 많다. 그 중 늦가을에 새빨갛게 단풍 드는 퉁퉁마디(일명 함초) 군락은 인천공항 가는 길에 지천이다.
그 갯벌에 기대 사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굴과 조개는 바닷가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훌륭한 양식이 되어 왔으며, 매우 요긴한 돈벌이가 돼 주기도 하다. 요즘엔 자연산이 적어 유생이나 종패를 뿌려 키우는 양식도 많이 한다. 강화도에선 갯벌에 장어 치어를 풀어 키운다. 수조에서 키운 장어보다 씨알이 훨씬 굵고 살도 탄력 있다. 물론 맛도 일품이다.
조개류는 회나 구이로도 먹지만 물에 넣어 끓이면 그 국물이 말도 못하게 시원하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탕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된장찌개나 콩나물 국 등을 끓일 때 쓰기도 한다. 조개에 많은 타우린이나 아르기닌 등은 간에 좋고 술 해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애주가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는 데 최고다. 해장술을 부른다는 게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조개를 정말 제대로 먹는 방법은 따로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칼국수를 해 먹는 거다. 칼국수 육수는 지역이나 입맛에 따라 소나 닭 같은 육고기를 쓰거나 멸치, 건새우 등을 우려 쓰기도 한다. 하지만 조개, 굴 등의 어패류 육수를 이길 수는 없다. 걸쭉하면서도 시원하고, 구수하면서도 개운하다. 거기에 청양고추를 다져 넣으면 칼칼한 맛이 온몸을 후끈 달군다.
너른 바다와 갯벌을 끼고 있는 인천에선 예로부터 조개류를 포함한 해산물 음식이 많았다. 지금도 그렇다. 그중에서도 칼국수 집이 많다. 소래포구나 월미도 같은 관광지에 많이 밀집해 있다. 자동차 타고 다리로 드나드는 섬이 많아지면서 유명 바닷가에도 예외 없이 칼국수 집이 성업 중이다. 그런 곳 말고 도심 곳곳에도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하는 칼국수 집이 꽤 많다.
손국수로 승부한다, 부평 바지락 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