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감 백신 상온 노출 문제 등으로 중단됐던 국가백신 접종 사업이 재개되면서 70세 이상 고령층이 지난 19일 한꺼번에 의료기관으로 몰린 것도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독감 접종은 지난 6일 75세 이상 고령층부터 단계적으로 접종하기로 계획이 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온 노출 백신 등의 이슈로 인해 지난 19일부터 70세 이상 고령층 접종으로 변경되었고, 백신 부족 등의 언론보도 이후 독감 백신을 접종하려는 인원이 쌀쌀한 날씨에 새벽부터 의료기관에 줄을 서는 등 백신 접종 시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독감 백신은 접종 전후의 건강 상태가 중요한데, 좋지 않은 건강 상태에서 긴 대기시간을 기다려 접종하는 등의 나쁜 환경이 사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19~20일 이틀간 의료기관을 찾아 독감백신을 맞은 62세 이상 고령층은 329만 5869명이고, 19일 하루에만 180만 명이 접종을 했습니다. 많은 인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한꺼번에 접종을 받아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관계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관계는 인과 관계가 적다고 주장합니다. 즉 백신 접종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시간상 선후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잡지 <스펙테이터>(The Spectator) 2020년 9월 5일자에서 제레미 브라운은 "백신은 안전해야 하지만, 안전하게 보일 필요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백신에 대해 대중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접종을 하게 되는 경우 백신에 대한 불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1976년 한스 노이만 박사의 <뉴욕타임스> 기고를 인용합니다. 노이만 박사는 "2억 미국인들이 독감주사를 맞기 시작하면 예방 접종을 실시한 지 이틀 내에 2300명이 뇌졸중을 일으키고 7000명이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독감 백신 때문에 발생한 결과가 아니라 매주 발생하는 정상적인 수치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노이만 박사는 대중들은 머지않아 독감 백신을 비난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시간적 선후 관계와 인과 관계의 혼동으로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이만 박사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독감 백신을 맞은 노인 요양원 환자 3명이 같은 날 사망했고, 언론들은 독감 백신을 맹비난 했습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22일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하루 평균 사망자 800명 중 70대 이상 고령자가 600명이 넘는다"며 "단지 사망 전 백신 접종을 했다는 이유로 계속 사망 사례 수를 세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