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연합뉴스
- 북한 반응은 김정은 위원장이 몰랐다는 건데, 진짜 몰랐을까요. 아니면 알았을까요?
"어업지도원이 월북 시도를 해 북측 군인을 조우했고, 이 과정에서 이씨를 놓치며 상호 우왕좌왕하면서 비인도적인 결말이 있지 않았나라는 판단이 듭니다. 상호 오인과 우발적 행동, 우발적 결정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사건으로 보입니다.
1976년도에 판문점에서 도끼미루나무사건(도끼만행사건)이 있었어요. 그때도 보면 미국 측에서 가지치기하려고 했고, 북측도 조언하면서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됐습니다. 북한 측에서 '여기서 나무 자르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다'라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미국 측에서 '이거는 나무를 자르는 게 아니라 가지치기다'라고 하고 일단 철수를 해요. 그러고 나서 다시 들어와서 가지치기했어요. 북한군이 또 와서, 가지치기하는 방법을 서로 잘 협의했어요. 그러다가 미국측에서 가지 중에서 아주 큰 줄기를 딱 잘랐어요. 거기서부터 시비가 붙은 거예요. 그래서 북한 군인들이 미군들의 도끼를 빼앗아서, 도끼 뒷면으로 때렸어요. 그것은 매우 잘못된 행위입니다.
이번 사건도 북측 지도부가 개입되었다기보다는 우발적 사건으로 보입니다.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있었던 고령의 여행객 피살 사건도 우발적 사건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북한이 수령 중심의 국가이므로 모든 것은 수령이 결정한다는 오류에 빠진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도 중요한 결정은 모두 대통령이 하는 것이 아니듯, 직무의 범위와 중요성,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각각 책임자가 있다고 보입니다. 현장의 긴급상황에서 지도부가 모든 일은 결정하는 국가나 정부는 없다고 봅니다."
- 공동 조사를 하자는 우리 측 제안엔 아무 반응을 안 보여요.
"이미 2주가 넘어갑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한 이상 북측은 더 이상 대응조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 사건을 두고 야당이 다시 강성 인사들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의 보고를 언론에 흘리면서 '양념'을 많이 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의 본질이 가려지고 국회에서 규탄결의안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이런 허위발표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강성 인사의 발언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측에 진상규명과 발포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해야 하는 시간인데, 우리 스스로 분열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규탄결의안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하여, 북측 지도부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사건의 진상규명, 발포책임자처벌,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하고, 근본적 문제해결을 시도해야 합니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 특별보좌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던데 가능성 있는 이야기일까요?
"북한은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국가입니다. 과거보다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빠른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체제 특성상 공개적인 사과를 할 만큼 북한이 아직 개방된 투명한 사회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일단 국회에서부터 여야가 합의하여 초당적인 결정이나 규탄을 결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 안전 문제에 우리의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북측은 더 이상의 진전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 남북 정상의 친서는 어떻게 보셨어요?
"제가 봤을 때는 남북 사이에 물밑접촉이 진행이 되는 거예요. 친서 내용은 단순한 안부잖아요. 친서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부가 공개했는지는 모르겠는데, 하노이 회담결렬과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북 모두 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하고 있다고 봅니다."
- 그럼 핫라인이 살아 있다는 건가요?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뉴욕 유엔대표부, 베이징 대사관 등을 이용해 친서나 통지문이 교환되고 있는데, 어휘 그대로의 직통전화는 아닙니다. 이런 통신 방법은 유엔사, 미국과 중국의 정보부서 등이 도·감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우 외교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고 봅니다."
- 이 사건이 남북 관계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요?
"어업지도원이 피살된 사건에 우리 국민과 정부가 너무나 마음 아파하고 있습니다. 월북 의사가 있었든 없었든 이 사건은 남북 분단이 낳은 비극입니다. 이러한 비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우발적인 사건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76년 미루나무 사건과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은 우발적 사건이 나비효과를 불러와 최악의 군사적 충돌과 남북대화 단절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미국의 외교정책과 한반도 정책은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북미 핵 협상과 남북 평화 대화의 재개를 위해서, 이런 우발적 사건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통일부 운신의 폭 매우 좁아... 이인영 장관도 함정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