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내뿜는 호주 깁스랜드 산불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이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으로 깁스랜드 환경당국이 1월 2일 제공한 사진이다.
시드니 AP=연합뉴스
가혹한 기후환경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경우 기후변화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다가 종말을 맞으면 된다.
다른 하나는 가혹한 기후환경을 극복하며 살아갈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길이다. 이렇게 살아가려면 인간이든 동식물이든 기후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가령 건조한 사막을 서식지로 하는 선인장은 수분 증발을 최대한 막으려고 딱딱한 껍데기로 몸을 감싸고 산다. 날씨 변화를 예측해서 둥지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먹이를 얻고 물난리를 피해 생명을 지키는 거미도 있다.
사람들은 어떨까? 인간은 농업과 어업 등 기후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 활동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동식물보다 기후변화에 관심이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높은 지능을 이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나아가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고 한다.
날씨 변화를 미리 알아내 대처하고자 하는 욕구가 예보 기술의 발달로 나타났다. 한발 더 나아가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곳의 기후를 생활에 최적이 되도록 바꾸려 한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겨울에도 원하는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겨울에 방한복을 만들어 활동 시간을 늘리게 된 것도 좁은 영역에서 기후조절에 성공한 사례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상(기후) 조절은 여전히 일부 영역(소규모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강우와 안개 제거 정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상(기후) 조절 시도가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사는 실질적인 생활 공간과 비교해 기상(기후) 현상의 규모가 너무 커 인간이 동원하는 힘으로는 바꾸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항공기로 구름 응결핵을 뿌려 강수량을 증가시켜 미세먼지를 제거해 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걸 실현하려면 광범위한 하늘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행기를 동원하고, 동원된 비행기가 얼마나 긴 거리를 비행해 다녀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둘째, 기상 현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유효한 대책을 세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은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기상·기후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기상·기후 현상이 많다.
기상·기후학 분야에 어떤 문제가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느냐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답하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은 이해하고 있는 일부의 지식뿐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은 그 존재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지금까지 충분히 규명된 지식 체계를 정리해 놓은 것이기에 공부할 때는 그 내용을 전부 이해하면 현상을 전부 알게 되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기후변화, 우리 모두의 두려움이 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