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주인의 넉넉한 마음이 담긴 고택 '몽심재'와 김양오 씨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김양오씨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지역별로 협력하고 있는 작은변화 활동가 중 한 사람이다. 전북 남원 시내의 노암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을활동가이고, 남원 내 시민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작은변화포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기후위기대응 등 환경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여러 방면에서 에너지를 '뿜뿜'하는 천상 활동가. 쉼없이 비가 오던 날, 남원 시내 '레인보우'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겁나게 너무 밝지"
"굉장히 에너지가 많으신 분이에요."
인터뷰를 가기 전에, 인터뷰이를 아는 분들이 입을 모아 내게 이렇게 말했다. 마치 그를 떠올리기만 해도 그 에너지가 느껴지는 듯, 감탄이 섞인 듯 말했다.
약속 장소인 남원시내 레인보우 카페에 도착했는데, 왜인지 안도감이 들었다. 나는 '강인하고 무게가 느껴지는 힘'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가는 길에도 그 무게를 미리 느끼고 있었나보다. 대화를 이어가보니 내가 안도한(?) 첫인상처럼 그 에너지는 '밝고 쾌활한 힘'이었다.
'양오'라는 이름의 한자는 밝을 '양'에 대낮 '오'자를 쓴다며, 여러 가지 활동을 두루 해내는 데에 '겁나게 너무 밝은' 이름도 한 몫 한다고 했다. 맞다. 이름에는 어떤 기운이 깃들어있다. 부를 때마다 그 이름의 기운이 이름의 주인에게 덧칠된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선 이름의 기운이 묻어난다. 밝은 기운이 절로 묻어나는, 스스로 밝은 사람이라 소개하는, 전북 남원을 밝히고 있는 활동가 김양오씨를 만났다.
남원에 반하다
#1 시댁에 가는 길, 발길이 멈춘 곳은
김양오씨는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스무 살 때 가족 모두 인천으로 이사를 가서 20년을 살다가 11년 전에 남원으로 왔다.
"남편이 곡성 사람이에요. 20년 전에는 인천에서 곡성에 가려면 직통 고속도로가 없어서 꼭 남원을 지나서 가야 했어요."
김양오씨는 곡성에 갈 때 마다 거쳐가는 남원의 풍경에 반했다.
"도통동에서 요천을 건너서 사랑의 광장 지나서 곡성으로 갔는데, 요천이 너무 좋았어요. 그 곳에 있는 바위들도 좋았고요. 그리고 여름에 오면 사랑의 광장에 음악분수가, 크~ 인천에서도 못 본 거였어요. 또 '춘향제' 할 때 오면, 판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오페라 공연도 있었거든요."
김양오씨가 첫눈에 반한 요천은 남원 시내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의 지류를 말한다.
김양오씨는 그때부터 10년 동안 남원에 내려오리라는 꿈을 품고, 실제로 남원 꿈을 꾸기도 했다.
"자전거 타고 요천을 달리는 꿈을 많이 꿨어요. 그러다 11년 전에 시어머님이 연로하셔서 혼자 계시기 힘들 것 같아 남원으로 내려오게 됐어요. 지금 사는 곳이 남원이지만 곡성 바로 옆이거든요."
꿈이 현실이 됐다. 20년 전에 길이 없어서, 20년 후 인생의 새 길이 열린 셈이다.
"우리 집에서 교룡산, 요천, 남원 시내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어요. 교룡산은 항상 나에게 뭔가 말해주고 있어요. 전해지는 기운이 있어요.
2년 전에 고형권 작가가 쓴 <남원성>이라는 소설이 나왔어요. 나오자마자 읽고 엄청 울었어요. 내 눈앞에 남원성이 보이니까,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고요. 제가 버스를 타고 다니는 곳들이 모두 남원성 전투 현장인 거에요. 작가가 신랄하게 잘 써줘서 너무 생생하게 느껴지고 먹먹했어요. 원래 저는 뭐 읽으면 감동 잘 하고, 드라마를 봐도 그래요. 그 중에서도 역사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해요. 제일 감동 받은 건 <미스터 션샤인>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3번을 되돌려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