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레기 외모북미 찌르레기의 다양한 모습. 맨 왼쪽은 볼티모어 찌르레기, 맨 오른쪽은 불락스 찌르레기이다. 가운데는 혼혈종들의 모습. 혼혈의 자연도태가 두드러지는 점으로 미뤄볼 때, 2종류의 찌르레기는 서로 다른 종으로 남을 확률이 높다.
질리언 디트너(코넬대)
북미에 흔한 새, 찌르레기(Oriole)는 크게 2개 종으로 분류된다. 대서양에 접한 동부 찌르레기와 태평양에 접한 서부 찌르레기가 그것인데, 각각 '볼티모어 찌르레기'와 '불락스 찌르레기'로 불린다. 미국 프로야구(MLB)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찌르레기가 미국 동부에 얼마나 흔한 새인지를 웅변한다.
그렇다면 동부와 서부의 중간지대, 대평원 지역에는 어떤 찌르레기가 살까? 이곳에는 혼종, 즉 볼티모어 찌르레기와 불락스 찌르레기 사이에서 태어난 다양한 혼혈 찌르레기가 적지 않다. 이들은 따로 부르는 용어가 없는, '무명'의 존재들이다.
북미 찌르레기는 종 분류를 전문으로 하는 조류학자들에게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생물학적으로 종이란, 대체로 짝짓기를 통해 후손을 생산할 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한 분류 잣대 가운데 하나인데, 2개 종의 북미 찌르레기에는 이런 기준이 딱 들어맞지 않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최근 볼티모어 찌르레기와 불락스 찌르레기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종 찌르레기 등을 포괄해 약 300마리의 찌르레기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했다. 연구팀이 얻은 결론은 볼티모어 찌르레기와 불락스 찌르레기를 별도의 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같은 결론은 혼종의 서식 범위와 개체 수가 늘기는커녕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다.
볼티모어 찌르레기와 불락스 찌르레기의 종 구별 문제는 조류학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이슈였다. 1970년대 이후 미국 조류학계에서는 두 종류의 찌르레기가 사실상 생물학적으로 동일하다는 주장이 득세했었다. 이에 따라 1983년 두 찌르레기는 '북방 찌르레기'(Nothern Oriole)라는 이름으로 통일됐었다. 하나의 종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적잖은 조류 애호가들과 학자들의 반발이 계속됐고, 미국 조류연맹은 1995년 볼티모어 찌르레기와 불락스 찌르레기를 별도의 종으로 봐야 한다며 번복 결정을 내렸다. 코넬대의 이번 연구는 1995년의 결정을 유전적, 생태학적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코넬대의 제니퍼 월쉬 박사는 "두 종류의 찌르레기가 짝짓기를 통해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아주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후손 생산 여부가 종 구분의 전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통적으로 서식하는 공간에서 볼티모어 찌르레기와 불락스 찌르레기에 비해 혼종 찌르레기의 자연도태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두 종류의 찌르레기는 하나의 종으로 '통합'되는 길을 가고 있기보다는 '분리'를 계속해 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