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항상 밥상에 올라왔던 엄마의 굴전
안소민
"굴은 너무 바락바락 깨끗이 씻으면 안된다. 그러면 굴에 있는 소금 간이 다 빠져나가서 맛이 없다."
"굴에도 간이 있어?"
"그럼."
생굴을 하나 집어 맨입으로 먹어보니 살짝 짭짤하다. 습관적으로 생굴을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 버릇해서 그런지, 굴 자체의 간에 대해서 느끼지 못했나 보다. 뭐든 깨끗이 씻는게 능사만은 아닌 것 같다. 굴도 너무 깨끗이 씻으면 굴이 지닌 향기와 염분을 다 빼앗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살살 흔들어주는 정도로 한다.
모든 식재료에는 많은 적든 그 자체의 간이 있다. 흔히 '간을 본다'는 말을 하는데, 그 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 그 사람만의 '간'이 있다. 무슨 일이든 간만 보고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간 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어설프게 간만 보고 다니면, 다 지은 밥상도 망치기 십상이다.
간을 잘 봐야 한다
요리를 하다보면, 식재료 자체가 지닌 간을 무시할 때가 종종 있다. 본의 아니게. 그러고보면 요리는 얼마나 섬세한 노동인가. 엄마 요리에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엄마는 달걀 반죽에 따로 간을 하지 않는다. 굴에 있는 간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호에 따라 싱겁다고 생각하면 소금 간을 조금 더해도 되고, 나중에 굴전에 간장을 찍어 먹어도 된다.
큰 굴은 2등분해서 굴 전에 쓸 재료로 준비한다. 그냥 부쳐도 상관없지만, 굳이 이등분하는 이유는 잘라서 부치면 반죽이 굴에 서로 스며들어 더 맛있기 때문이란다.
"왜 굴을 굳이 반으로 잘라서 부쳐?"
"굴을 반으로 자르면 반죽이 굴에 스며들어 더 맛있기 때문이지."
씻은 굴에 밀가루 옷을 입히는데, 일단 볼에 굴을 넣고 그 위로 밀가루를 뿌린다. 밀가루를 그냥 뿌리는 게 아니라 채반에 걸러서 탈탈 털어서 뿌린다. 파우더 가루를 살짝 흩뿌리는 느낌이다. 밀가루 범벅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밀가루가 지나치면 굴의 식감이 둔해진다. 옷을 너무 껴입으면 움직임이 둔해지듯, 밀가루 옷이 너무 두터우면 굴전의 맛도 너무 무거워진다.
밀가루를 뿌린 후, 준비한 홍팀·청팀 대표선수 채소도 넣는다. 그 위에 달걀을 넣고 젓는다. 숟갈로 굴 하나씩을 건져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린다. 청팀·홍팀 대표선수도 함께 올린다.
막 구워진 굴전을 냉큼 입에 넣는다. 달걀이나 밀가루는 조연 역할만 하고 굴의 식감이 주연처럼 살아 움직인다. 방금 구워서 그런지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다. 이상하게 봄의 식감이 느껴진다. 올 겨울, 봄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가는 겨울이 아쉬워서인지 입춘 지나고 맹추위가 돌연 몰아친다. 겨울이 완전히 가버리기 전, 다시 굴전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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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요리탐구생활 영상으로 만들어본 엄마의 굴전 레시피 ⓒ 안소민
[정선환 여사의 굴전 레시피]
1. 당근을 채썬다(피망이나 붉은 고추도 좋다).
2. 쪽파를 썬다(부추나 대파도 좋다).
3. 굴을 체에 밭쳐서 흐르는 물에 살살 씻는다(굴이 크다면, 체에 건진 뒤 2등분이나 3등분 한다).
4. 볼에 굴과 채소를 넣는다
5. 굴 위에 밀가루를 뿌리는데, 밀가루는 채반으로 한 번 거른 것이어야 한다
6. 달걀을 넣고 젓는다(굴 120g 기준에 달걀 2개).
7. 후추, 통깨를 넣는다.
8. 굴을 한 숟갈씩 떠서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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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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