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의 '민족' 개념을 김일성주의와 연결하는 이영훈 전 교수
이승만 TV 유튜브 캡처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일반 국민들보다는 극우 진영을 좀 더 많이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점은 책의 서술 방식에서 드러난다. 위안부나 강제징용과 관련해 시대정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객관적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도 않는 이런 책을, 주로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낙성대경제연구소와 이승만학당 구성원들이 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책을 쓰는 학자들이 잘 아는 문구가 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 '전시 선전' 편에 나오는 "대중의 수용 능력은 매우 한정돼 있고, 이해력은 적으나 그 대신 망각력은 크다", "민중의 압도적 다수는 냉정한 숙고보다는 차라리 감정적인 느낌으로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결정한다"는 등의 구절이다.
<반일 종족주의> 내용이 황당하고 선동적이라서 일반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기 힘들 거라는 점은 누구보다도 이영훈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책에 담긴 선동의 언어에 가장 잘 반응할 만한 집단은 극우세력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광훈 집회나 태극기 집회에 곧잘 등장하는 주의·주장이나 용어들이 이 책에 자주 나오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어느 정도는 극우세력를 겨냥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극우 진영의 수요에 맞추는 한편, 보수진영 내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뉴라이트의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뉴라이트가 자신들의 논리로 극우를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극우의 구미에 맞는 말을 해주면서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심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보수통합을 놓고 씨름했던 박근혜 탄핵 문제에 대한 이영훈의 언급에서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반일 종족주의>에서 이영훈은 "여성 대통령을 벗기고 묶고 목을 치고 시체를 운구하는 퍼포먼스가 백주의 광장에서 자행되었습니다"라고 한 뒤 "대통령을 배반하고 탄핵을 주도한 세력은 개인적 원한에 이끌린 소인배들이었습니다", "법관들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해서 안 될 짓을 했습니다"라며 박근혜 탄핵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태도는 보수진영 내에서 정치성향을 세분하는 잣대다. 이영훈의 언급은 극우에 어필하고자 자신의 표면적 정치성향을 조절하는 일부 뉴라이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을 찬성했던 유승민도 지난 19일 경북 구미의 새보수당 경북도당 창당대회에서 박근혜 사면을 촉구하면서 "정치권 전체가 노력하는 것이 맞다"는 앞뒤 안 맞는 태도를 보였다. 보수진영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거리와 광장을 장악한 극우를 끌어들여야 하고 그러려면 박근혜에 대한 동정적 의견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는 면에서, 정치권의 유승민이나 제도권 밖의 이영훈이나 맥이 통하는 면이 있다고 하겠다.
검찰개혁은 일단락됐지만, 일련의 개혁이 향후 정국을 이끌어가는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개혁 때처럼 집회를 통한 개혁 대 보수의 세 대결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극우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보수를 대표하게 될 공산이 크다.
한국 사회의 개혁적 흐름에 맞서 세 대결을 시도하는 보수 진영. 그 속에서 더욱 더 커져가는 극우. 종전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뉴라이트 및 올드라이트. 이들 전체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들의 미래에 대한 조망을 시도해 보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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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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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가 리드하는 한국 보수, 어쩌다 이 지경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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