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89〉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과 〈지형훈(?形訓)〉 편을 참고하여 그려 보았다.
김찬곤
《회남자淮南子》 〈지형훈(墬形訓)〉 편과 팔문(八門)
〈지형훈(墬形訓)〉 편에는 구주(九州), 팔인팔택(八殥八澤)의 구름(雲), 팔굉(八紘)과 팔극(八極), 팔문(八門)이 나온다(241-243쪽). 《회남자淮南子》에 나와 있는 세계관은 혼란스러워 이것을 그림으로 그리기가 여간 힘들지만 신석기 세계관을 염두에 두면서 한번 그려 보았다.
먼저 하늘을 둥글게 했는데, 이것은 천원지방설(天圓地方說)에 따른 것이다.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 편에, "하늘의 도는 원이고 땅의 도는 네모다. 네모는 어둠을 주관하고 원은 밝음을 주관한다(162-163)" 하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진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세계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세상 만물이 하늘과 땅의 움직임과 변화로 태어난다는 것, 하늘과 땅의 변화가 이 세상 만물의 실제 '시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사진183〉 참조).
〈사진189〉에서 오른쪽 남쪽의 팔문(八門)·팔택(八澤)은 《장자》 〈소요유(逍遙遊)〉 편에 나오는 남명(南冥)의 천지(天池)로 볼 수 있다. 구주(九州) 아홉 들판에 서 있는 사람 모양은 육서통 천(天) 자다. 사람 머리를 보면 동그란 원 가운데에 점을 찍었다. 동그란 원은 비구름이 나오는 천문(天門)이고, 가운뎃점은 물(水)·비(雨)·구름(云)의 기원이다. 《회남자淮南子》 〈지형훈(墬形訓)〉 편에서는 동그란 원을 팔문(八門)·팔택(八澤)이라 한다. 그리고 사람 팔과 다리는 천문에서 구름(云)이 나오는 모습으로 되어 있다. 이런 형태는 전한 시대 수막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육서통의 천(天)은 사람 또한 그 기원은 천문(天門)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세상 만물을 비롯하여 사람 또한 천문이 기원이라는 천문화생(天門化生)의 세계관은 고구려백제신라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사진164-167, 169-170, 184-185〉를 설명하면서 아주 자세하게 다루었다. 그리고 육서통 천(天) 자는 육서통 기(气)에서 비롯한 글자인데, 이 또한 사진 〈사진174-177〉을 설명하면서 아주 자세하게 다루었다.
나는 국보 제141호 뒷면에 있는 동심원 여덟 개를 이건무·조현종처럼 풍요와 다산(多産)을 뜻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선사유물과 유적》(솔, 2003), 176쪽). 이 여덟 개 동심원과 가운데 큰 원은 팔방구주의 세계관을 말하는 것이고, 한가운데 동그란 큰 원은 균천(鈞天), 둘레 여덟 개 동심원은 팔문(八門)과 팔택(八澤), 천문(天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봐야 둘레 '삼각형 안 빗금'(삼각형 구름=云)과 '삼각형 밖 빗금'(빗줄기=雨)을 온전히 해석할 수 있고, 거울 뒷면에 있는 무늬가 총체로 맞아떨어진다.
《회남자淮南子》 〈지형훈(墬形訓)〉 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무릇 팔극(八極)의 구름은 천하에 비를 내리고, 팔문(八門)의 바람은 추위와 더위를 조절하며, 팔굉(八紘)·팔인(八殥)·팔택(八澤)의 구름은 구주에 비를 내리고 중토(中土: 冀州)의 기후를 조화롭게 한다.(243쪽)
이 구절은 〈사진189〉를 보면서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 가며 읽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읽더라고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우선 구름의 기원이 팔극(八極)·팔굉(八紘)·팔인(八殥)·팔택(八澤)으로 나와 있어 혼란스럽다.
사람이 살아가는 아홉 들판 구주(九州) 경계에 팔인(八殥)이 있고, 그 너머에 팔굉(八紘)이, 그 너머에 팔극(八極)이 있다. 이 세 곳은 《장자》 〈소요유(逍遙遊)〉 편에 나오는 남쪽바다 끝 남명(南冥)으로 봐도 될 것이다. 이 세 곳 가운데 팔굉(八紘)과 팔극(八極)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이다. 그에 견주어 팔인(八殥)은 아홉 들판 경계에 있고, 더구나 팔인에 있는 여덟 연못 팔택(八澤)은 이 세상 아홉 들판에 비(雨)를 내리는 구름(云)의 기원이다. 중국과 한반도 고대인들은 세상에 내리는 비(雨)가 은하수(銀河水)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은하수를 팔택 가운데 하나로 보아도 될 것이다. 또한 중국 신화 '여와와 홍수' 편에 나오는 이야기도 은하수, 즉 팔택과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