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 표지.
살림터
지금쯤이면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한번 갈무리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던 차에 너무나 반가운 책을 만났다. 오랫동안 마을교육공동체를 연구해 온 한국외국어대 김용련 교수의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이다.
이 책은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이 직면한 여러 실천적 문제들에 이론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서 있는 현장에서 이 운동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영감을 준다. 꼭 필요한 시기에 교육현장의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안성맞춤인 책이다.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공동체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그 지역의 다양한 내용을 실천적 방법으로 학습시키고, 그들의 학습역량과 정의적 발달을 도모하여, 그 결과가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적 구조의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에 있다. 이 때 학습의 결과가 지역사회로 환원된다는 의미는 그 지역사회의 교육받은 아이들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주인의식을 발휘하는 주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마을교육공동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의 아이들을 그 지역의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78쪽)
저자는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의 '생태적' 접근과 실천을 강조한다. 유기적, 전일적 관점에서 생명체들의 상호의존성을 중시하는 생태주의적 관점은 '공동체'의 개념을 정의하는데 유용하다. 개인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구성원들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생태적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다.
저자는 "학교나 지역사회가 하나의 교육생태계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네트워크 구조 속에서 사회적, 교육적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자생력을 가지며 배움의 결과가 개인의 발전과 함께 모두가 성장하는 공진화로 나타나야 한다"고(85쪽) 설명한다.
개인들의 유기적인 연계망, 상호작용을 통한 주체적 학습과정의 구성, 배움의 결과에 입각한 공진화 과정이 결합할 때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뤄나갈 수 있다.
마을이 살아야 교육도 산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성하려면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마을의 교육자원과 인프라를 발굴해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학습과 성장의 결과가 다시 지역으로 환원되는 선순환적 구조의 지역공동체를 지향한다. 마을에서 자라나며 배운 아이들이 그 마을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정주할 때 마을공동체와 교육공동체는 상생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다.
삶의 총체성 측면에서 본다면 '교육'은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다. 마을 안에서 인간다운 삶의 질을 향상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노동, 교육, 문화, 의료, 복지 등의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자도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운동으로 시작했지만 그 귀결점은 교육과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는 지역사회 운동이 될 것"(149쪽)이라고 본다.
따라서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협력만으로는 안 된다. 지역의 교육력을 강화하고 지역발전의 선순환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가 결합해야 한다.
"지역과 주민공동체의 생태적 건강함 없이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모두가 함께 하는 교육, 지역을 위한 교육, 공동체를 위한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앞으로의 실천이 학교와 아이들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량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공동체의 유기적 상생을 위한 명료한 비전과 목표가 수립되어야 한다." (155쪽)
이 대목은 우리 지역의 고민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 단계에서 우리 지역의 마을교육공동체의 도약을 위한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한 마을교육과정 수립은 가능할 것인가? 둘째,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마을의 평생학습체계로써의 마을교육공동체의 확장은 가능할 것인가? 셋째,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위기를 넘어서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세 가지 과제는 각각 구체적인 방법론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각 과제들을 유기적으로 연관시킴으로써 지역사회 백년대계를 구상해야 한다.
마을공동체 운동은 마치 결승선이 없는 마라톤과 비슷한 것 같다. 열심히 꽤 많이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결승선은 다시 저만치 멀어져 있다. '끝이 없다'는 것은 그 운동 자체가 곧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삶을 공동체적 방식으로 재구성하는데는 한계도 결승점도 없다. 풀뿌리 운동의 숙명이다.
대안이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제시될 수 있는 것이므로 본디 '과정의 언어'이다. 과정의 언어는 곧 '현장의 언어'이기도 하다.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이라는 책을 통해 마을교육의 현장에서 우리의 실천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저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마을교육 공동체 : 생태적 의미와 실천
김용련 (지은이),
살림터,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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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마을의 상생 발전, 지속가능한 미래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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