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Table Bookstore서울 홍대 경의선숲길에 있는 카페 한 켠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방이 있다
전유미
10월에 접어든 지난 1일 화요일이었다. 하루의 아침이나 한 주의 월요일이나 한 달의 첫날에는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지난해 서울 홍대 경의선숲길에 있는 한 카페에 120x90cm짜리 테이블을 놓고 작은 책방을 열었다. One Table Bookstore.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방이다.
책을 깊이 읽거나 많이 읽지는 않지만 어려서 해보고픈 일 가운데 하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커서 정말 글을 써서 먹고사는 교육전문지의 기자가 되었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 내에 글을 써내야 하는 일은 언제나 버거웠고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출판으로 갈아탔다. 직접 글을 쓰지 않고 누구와 어떤 책을 만들지 궁리하는 일은 여유로웠고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들이는 시간보다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고 수정하는 데 공을 들여야 온전하게 책을 만들 수 있는데, 나는 그 작업이 몹시 지루했다.
출판 일을 접고 책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책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사람을 모으고 서로를 연결하고 사건을 만들어내는 일은 꽤 즐거웠다. 하지만 협동조합인 만큼 많은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피로감이 밀려들었고 훌훌 털고 나왔다.
책, 나를 구성하는 단어 하나
그렇다. 나는 책과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얼마전 유튜브 채널인 김미경TV에서 소개한 <내가 선명해지는 한 단어의 힘>이란 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를 구성하는 한 단어는 뭘까(책은 기대보다는 심심했고 지나치게 친절해서 좀체 읽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을 누리진 못했다. 그럼에도 책이 쓰이게 된 아이디어의 힘은 무척 세서, 내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은 동기를 가지게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책은 제몫을 다했다).
책이었다. 기본적인 생리 욕구와 아이를 살피는 일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책에 들인다. 세상에 무슨 책이 있나 살피고, 살까 빌릴까 재고,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구하고, 읽거나 팔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책 이야기를 나누고, 리뷰 영상을 찍어 올리고, 글 조각을 이어붙여 끼적거리고 알린다. 여성 시 읽기 모임이나 여성 작가가 쓴 SF소설 읽기 모임, 사회과학강독회나 북토크 같은 모임도 주기적으로, 혹은 단발성 이벤트로 연다. 왜? 그냥 그렇게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