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공방공대 출신인 친구는 자기만의 작업실과 공구에 대한 낭만이 있었다고 했다.
강대호
A가 운영하는 목공방의 남녀 수강생 비율은 현재 8:2로, 남자 수강생이 현저히 많다고 했다. 그것도 우리 또래, 50대 중반 즈음의 남자가 다수. 이유가 궁금했다. 친구는 자세히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면서도 수강생에게서 보고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나와 수강생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온 거 같아."
남자 수강생 중 다수가 자기처럼 공대를 나와 전공과 관련한 회사에 다닌 것 같다고 했다.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다들 "자기만의 작업실에서 특별한 공구를 만지는 낭만이 있었다"고 고백한다는 것이다.
또한 엇비슷한 경험을 해온 사람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자기 고민이나 계획을 주제로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개인 작업을 하러 공방에 나와 거친 나무를 다듬으며 자녀의 취업이나 결혼 걱정, 퇴직 후 진로를 두고 편안하게 대화하는 식이다.
A는 "그래서 다들 공방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는가 보다"라고 짐작했다. 실제로 그는 목공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긴장하고 이완하는 걸 수시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나무를 자르거나 못질할 때는 바짝 긴장해야 하지만 구상을 한다든지, 곱게 다듬는다든지 할 때는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된다고. 더구나 가구나 소품을 만들며 왜 그걸 만드는지, 왜 그렇게 디자인을 했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에 있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난 목공에는 취미가 없지만 그 분위기는 상상이 갔다. 같은 시절을 살아온,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같은 취미를 가진 남자들. 모두 함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묵히 작업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어 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주위에 자랑할 수 있다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는 게 목공이 주는 매력 아닐까."
물론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해도 성과물을 얻는 걸 목표로 한다. 때론 그 성과물이 눈에 보이기도 할 거다. 하지만 조직의 일원으로 맡은 부분만을 해낼 때는 전체를 보기도 힘들거니와 성과물도 수치로만 볼 때가 많을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목공방에 오면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그것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성과물을 직접 만들 수 있다. 나는 그런 경험을 하진 못했지만 손수 자르거나 못질해서 만드는 묘한 성취감은 상상할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