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의 석항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석항트레인스테이 모습. 기차 객실을 개조해 숙박시설로 만들었으며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오요리아시아
- 지역 사람들이 서울에서 온 사람들을 잘 믿지 않을 것 같다.
"다 필요없다. 그냥 사업 성과로 보여주면 된다. 우리랑 같이 사업을 하면 돈이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석항도 우리 전에 몇 년 동안 운영을 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랑 하니까 달라졌다. 매출도 나오고. 명목상으로 우리가 하는 전 주민교육사업이지만 엄연히 돈을 버는 사업이다. 복지가 아니라 비즈니스다. 당연히 주민들도 돈 버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무조건 매출에 돌진했다."
- 주민들을 수혜자로 보지 않는다는 건가?
"함께 일하는 사람을 (복지 수혜자로) 대상화시키면 그 사람이 당신을 파트너로 생각하겠나? 당신이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복지사가 될 건지, 일을 가르치는 매니저가 될 건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나는 매니저다."
- 아무리 비즈니스 관계라 해도 실망할 때가 있을 것 같다.
"괜찮다. 네팔에서도 별일 다 겪었다. 거기선 돈도 떼먹고 사람들 뒤통수 치고 욕도 한다. 그리고는 나중에 찾아와서 뭔가를 해달라고 한다. 취약하고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행동한다. 이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긴다. 그런데 처음 지역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들은 그런 일을 못 견딘다. 상처받는다."
- 사람들과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이제 나는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신뢰를 주어야 하는지가 보인다. 지역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니다. 그들이 사기꾼인 건 아니지 않나. 서울 출신 엘리트 대졸자의 시선으로 지역을 보면 안 된다. 부수고 싸우면서도 지역에 사는 거다. 그걸 못 견디는 사람들은 튕겨져 나가는 거고. 의연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설사 누군가 오해를 했더라도 그걸 잘잘못을 가리면서 해명하려고 하면 안 된다. 찾아가서 '그게 그렇게 섭섭했어?'라고 물으면 15분 동안 자기가 얼마나 억울하고 서운했는지 술술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 사람은 내 편이 되는 거다. 반대로 그 말을 끊으면서 그거 아니라고 하면 적이 된다. 자기를 조금만 낮추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걸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 대단하다. 원래 그렇게 진취적으로 일하는 캐릭터인가.
"성과는 잘 나오고 성질은 더럽다고 사람들이 말한다(웃음). 지금 우리 회사에는 목표가 명확한 사람만 남아있다. 목표가 불분명한 사람은 같이 일하면 안 된다. 사람을 착취한다는 게 아니라 목표지향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뷰 내내 이지혜 대표는 자신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초점을 맞춰달라고 강조했다. 이제까지 그가 참여한 지역 사업이, 그가 떠나고 나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회적기업이 지역을 떠나도 주민 주도의 지역 사업은 계속된다.
1박 2일, 영월 석항트레인스테이에 머무르는 동안 이지혜 대표는 단 한 잔의 커피도, 한 끼의 식사도 공짜로 먹지 않았다. 삼겹살을 불판 위에 올리며 음료수를 추가할 때조차 계산을 잊지 않았다.
그가 하는 건 복지가 아니라 사업이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은 수혜자가 아니라 파트너였다. 과연 수익과 의미를 둘 다 잡은 사회적 기업가다웠다. '기업가'가 되어야 '사회적'도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그를 부를 때는 단어의 뒤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사회적 '기.업.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