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파 2014년 6월에 찍은 사진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는 이보다 더 붐빈다.
박기철
나의 판타지가 타인에게는 폭력
여행에서 사진은 필수다. 요즘에는 멋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 판타지의 완성인 듯하다. 그래서 유명 관광지는 언제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넘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양보와 배려다. 내 순서가 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거나, 혹 내가 지나가려는 길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면 잠시 멈춰준다. 처음 보는 이들이지만 서로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가이드들이 사진사도 겸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두세 명 정도 소수의 손님을 받아 투어를 진행하면서 DSLR 카메라로 스냅 사진도 찍어준다. 어떤 경우에는 반사판을 들고 다니는 보조 인력까지 대동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스냅 사진을 촬영하는 이들은 신혼부부나 연인인 경우가 많다. 신혼여행의 추억을 아름다운 사진으로 남기려는 생각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관광지에서 사진 촬영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멋진 사진을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어느 날 나는 안눈치아타 광장 계단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이 곳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장소로 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을 남기고 싶어한다. 나는 그날도 스냅 사진을 찍으려는 한 연인을 목격했다.
그들은 영화에서처럼 두 남녀가 서로 애틋하게 마주보는 모습을 촬영하려는 듯 했다. 하지만 광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진사는 이들이 모두 촬영 범위 밖으로 나가길 요구했다. 그들은 멋진 사진을 건졌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한참 동안 광장 가운데를 비워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