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사무실 입주 사업자들의 홍보 배너서울50플러스 공유사무실 입주 사업자들은 재단 시설을 활용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강대호
마침 선배 소개로 다른 입주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B(남, 56세) 대표는 28년간 보험회사에서 일하다 1년 8개월 전에 퇴직했다.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그가 대형 생명보험사에서 개발했던 상품 기사들이 나온다. 그는 인정받는 보험인이었던 것. 퇴사하더라도 같은 직종에 재취업할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그는 전혀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B 대표가 그런 결심을 한 배경이 궁금했다.
"인생이 30년 단위로 나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30년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로 바쁘고, 두 번째 30년은 사회에 진출했지만 살기 바쁘고, 마지막 30년은 싫든 좋든 은퇴 생활을 해야 하고. 바쁘게 살아왔던 삶이 어느 날 갑자기 확 꺾일 거라는 생각이, 한마디로 덧없이 훅 흘러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B 대표는 퇴사 전, 30년 가까운 직장 생활을 돌아보았다고 한다. 회사에서 맡았던 업무는 보람도 많았지만, 부담과 고민의 연속이었다고. 그래서 회사에 계속 다니거나 같은 업종의 다른 곳에 재취업하거나, 선택지가 많았지만, 마음이 가지 않았다. 익숙한 일을 계속한다는 건 그동안의 부담과 고민이 계속된다는 건데, 어쩌면 삶이 정체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돌아보면 회사에 다니면서도 경쟁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신상품을 개발했을 때 큰 희열을 맛봤다"라며 "그래서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걸 하고 싶어졌다, 그게 앞으로 30년을 살게 하는 힘이 될 것 같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B 대표는 28년간 몸담은 보험 업계를 떠났다. 대신 2년이라는 기한을 정해두고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삶의 설계를 완벽하게 세우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역시 나름의 하프타임을 둔 것. 뭘 할지는 오래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미술을 새로운 30년의 업으로 삼기로 했다. 그런데 보험 상품 개발을 하던 사람과 미술이라니. 연결이 잘 안 됐다.
"제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잘 그리기도 했고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작품 활동으로 풀었죠."
2014년에 한 미술 대전에서 종합 대상을 받은 그는 자연스럽게 미술 관련한 일들로 사업 구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미술 작가들과 연계한 사업을 펼쳤고, 지금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명화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호응이 좋아서 '명화 해설사' 교육 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B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A 선배도 그렇고, 그 공간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삶의 후반부를 열심히 개척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취재하려고 찾았다. 재단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시설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