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 현장에서 감동적인 미담이 발견되기를 바랐던 건 욕심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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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반골이다."
나는 따뜻한 시선과 긍정의 에너지로 세상을 온화하게 품어줄 인물은 못된다. 대신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며 오랫동안 한 자리에 박혀 있었던 것을 굳이 들춰보는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의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비록 내 글이 누군가를 피곤하게 만들고 짜증 섞인 한숨이 나오게 만든다 할지라도, 내 개인의 사사로운 목적 없이 우리 자신의 삶과 함께 사는 사회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라면, 나는 나를 용서하고 긍정하리라 마음먹었다.
함께 일하는 한 언니의 말마따나, 청소 일은 밑바닥 일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고, 이 일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나도 청소가 밑바닥 일이라는 데에 선뜻 동의하고 싶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의 장래희망이 미화원일 수도 있어야 할 테니.)
그러니 사회의 밑바닥인 청소 노동의 현장에서 굳이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내어 훈훈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내 마음은 기만적이었다고 본다. 청소 노동이 존중받는 일이며 보람 있는 일이라면 '밑바닥 일'이 됐을 리 없다. 인격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 현장에서 감동적인 미담이 발견되기를 바랐던 건 욕심이 아니었을까.
함께 일하는 분들의 개인적 삶 속에서야 얼마든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내가 집중하는 건 청소 노동자의 현실, 청소 노동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는 자기검열을 걷어내고 욕먹을 각오로 거침없이 쓸 것이다. 밑바닥 여성 노동자의 자기 인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인 그럴싸한 표어들이 어떻게 우리 의식을 마비시키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도 없이 자신이 만들어낸 오물을 태연하게 내던지고 다니는지를 나는 이야기해야겠다.
이 삐딱함은 언젠가 바로 서서 '제 자리로 돌아갈 아름다운 풍경'('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의 가사)을 향한 열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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