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주전장>의 포스터
시네마달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기사 수정 : 30일 오전 11시 22분]
영화 <주전장>(감독 미키 데자키)은 문제작이다.
영화 속에는 위안부를 '매춘부'로 묘사하거나 심지어 '포르노'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위안부 소녀상에 '못생겼으니까'라며 봉투를 덮어 씌우고, 소녀상 캠페인의 배후에는 '중국 자본'의 검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도 한다. 어디 이 뿐인가? 위안부는 '완전한 날조'에 불과하고 한국인은 '거짓말 민족'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영화는 '한국은 버릇없이 시끄럽게 구는 꼬마라서 귀여워!'라며 히히덕 거리기까지 한다. 이쯤되면 궁금하다. 왜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개봉 금지 소송 논란이 일었을까? 그 '문제작'을 보고야 말았다.
교사 출신 감독 미키 데자끼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그는 일본을 '너희 나라'라고 칭한다.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일본 사회를 향한 비판적인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던 그는 끊임없이 넷우익의 공격과 협박으로부터 시달린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을 알게 된다.
1991년 일본 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최초로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 신문 기자와 그의 딸을 향해 '자살할 때까지 몰아넣자'고 협박하는 인터넷 여론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대체 왜 일본 우익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토록 격렬히 반응하는 것일까? 그리고 제작기간 3년, 한국과 일본, 미국을 수시로 오고가며 그는 방대한 양의 자료와 거리낌없는 인터뷰를 통해 '위안부'라는 첨예한 역사 전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그리하여 영화는 이름을 얻는다. 주전장(主戰場)이다.
주전장은 런닝타임 내내 '위안부 진실'의 미로를 찾아가며 한편으로는 극단적인 논쟁의 평행선을 달린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기차처럼 '말 한마디' 삐끗하면 탈선과 전복으로 인한 대형사고가 날 것 같은 팽팽한 말의 긴장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주전장은 위안부 역사 전쟁을 다루었으되, 전쟁터 그 자체보다는 역사의 배후와 척후를 살피는 데 능하다. 또한 전쟁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았으되,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말과 논리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또한 역사 전쟁의 복판에서도 감독의 앵글은 흔들림이 없다. 주전장의 시공간에서는 위안부를 둘러싼 거짓과 진실은 식별되기 어려울 정도로 뒤엉켜 흐리고, 자칫 한순간 눈을 떼면 '적과 우리'를 혼돈하는 난망함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자민당이 아닌 '일본회의'가 장악한 아베 내각의 실체
미키 데자키 감독이 진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김학순 할머님의 떨리는 목소리와 눈물이 영화가 끝나고도 오랫동안 마음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 슬픔에 젖어있기에는 영화 내내 불편했고, 한편으로는 두려움까지 느껴졌던 '아베 정권의 검은 실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최근 전개되는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의 뿌리가 어디에 닿아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던 실마리를 찾은 듯하였다.
영화는 충격적인 팩트 하나를 툭 하고 던진다. 바로 '일본회의'다. 맞다. 최근 조국 전 민정수석이 손에 쥐었던 <일본회의의 정체>라는 책 속에 등장하는 그 신우익단체이다. 아베 내각의 장관급 관료 20명 중 16명이 '일본회의(日本會議)' 소속이다. 1997년에 결성한 일본회의에는 놀랍게도 아베 내각 각료의 80%, 국회의원의 40% 가량이 회원으로 속해 있다. '일본회의를 지원하는 의원연맹'이 그 선봉대 격이다.
아베 총리는 창립 멤버이자 고문이다. 2명의 고문 중 다른 한 명은 현재의 '아소 다로' 부총리다. 그는 2003년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요구해서 시작된 것'이라는 발언으로 유명한 극우 정치인의 대표격이다. 일본 정치의 1, 2인자를 일본회의가 장기 점유한 상황이다.
일본회의의 3가지 사명 '천황, 교육, 국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