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나 아베?'2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의 경제 보복과 독도 침탈 행위 규탄 집회에서 평화의 소녀상 앞에 참가자들이 준비한 아베 총리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이 점은 일본 총리들의 '소신표명연설(소신연설)'에서 표출되는 변화를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다. 1991년부터 2013년까지 있었던 34차례의 총리 소신표명연설을 분석한 양기웅·안정화의 공동 논문 '탈냉전기 일본 총리의 한반도 및 한일관계 인식 변화(1991-2013): 국회 소신표명연설 분석'을 읽어보면,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 총리들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역대 총리들이 '북한 위협'을 언급할 때 한일관계에 대해 어떤 발언을 했는지를 두고 이 논문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과 북일관계에 관한 언급 빈도가 한국·한일관계의 그것을 크게 상회한다"고 분석한다. 총리가 북한이나 북일관계를 언급할 때 한국이나 한일관계를 언급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대북관계에서 한국과 협조할 필요성을 그만큼 적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논문은 "핵·미사일·납치·국교정상화 문제를 포함하는 대북관계나 북일교섭에서 일본 총리가 항상 언급하던 '한국과(의) 긴밀한 연계'라는 주요한 표현이 2004년 고이즈미 총리의 소신연설부터 사라진" 점을 언급한 뒤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북한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던 '한국과의 긴밀한 연계'라는 표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래의 '다케시다'는 1987년 11월부터 1989년 6월까지의 총리였다.
"다케시타 총리부터 2003년 고이즈미 소신연설까지는 대북관계나 북일 교섭을 언급할 때 항상 '한국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서'라는 표현이 언급되었던 것이 고이즈미의 2004년 10월 소신연설부터 사라진 것이다. (...중략...) '한국과(의) 긴밀한 연계'는 미·일 혹은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라는 표현으로 대체되거나 삭제되었다." - 한림대 일본학연구소가 2014년 발행한 <한림 일본학> 제25집.
논문에 따르면, 예전에는 '한국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북한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했던 일본 총리들이 2004년부터는 '관계국들과 연계하여(2004년 10월 고이즈미)', '미국과의 긴밀한 제휴 하에(아베 신조)', '국제사회와의 연계 하에(아베·후쿠다·아소·하토야마·칸·노다)' 다루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위 논문은 "일본에게 대북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차 낮아지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한다. 바로 옆 한국과 제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북한으로 인한 긴장 국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일의 안보협력 필요성이 점차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2018년부터는 북한의 이미지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평화롭게 웃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기존의 북한 이미지를 상당부분 대체하고 있다. 한·일 협력의 필요성이 한층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일 갈등을 억제해 왔던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급격히 희박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지금 같은 한·일 갈등 상황이 앞으로 좀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경제보복 혹은 무역분쟁이 종결되더라도 유사한 상황이 얼마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 한일관계 패러다임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운 갈등해결 시스템을 모색해야 할 단계에 이미 진입해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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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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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포' 줄어드니 한일관계 입장 바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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