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가운데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교도통신
무엇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서 우익정치세력을 결집시켜서 자민당 압승을 노리는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6년을 집권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대한 평가 성격이 더해지는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과반의석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일본 정치에서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의 과반의석을 점유하지 못하는 집권 내각은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아베 총리는 '다가오는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정치안정 하에 새로운 시대로의 개혁을 가속할 것인지, 아니면 혼란의 시대로 되돌아 갈 것인지에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새로운 시대로의 개혁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베 내각 출범 당시 국정목표로 제시한 바 있는 평화헌법의 수정을 통해 전범국가에서 보통국가(군사적 자위권 확보)로의 지위 획득은 그의 숙원이다. 한편 현재 주력하는 판매세 인상 정책을 성공시키고, 그동안의 일본 외교력 상실을 만회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도시 젊은층에게는 지지율이 높지만, 연금개혁 공세 등으로 장·노년층에게는 지지율이 하락 중이다.
역사와 외교문제에서 보수적 정치의식을 가진 장·노년층 유권자의 표심을 회복하기에 한국과의 해묵은 갈등과 분쟁을 상기시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정치수단은 없을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자민당은 출마 후보자들에게 '선거 연설에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언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후 이미 8개월이 흐른 지금, 참의원 선거 개시일에 맞추어 한국을 겨냥해 보복 카드를 터트린 셈이니 그 시점이 절묘하다.
[② 역사청산용] 위안부-강제징용 문제의 우회적 해결책
한편 반세기를 넘게 끌어온 위안부·강제징용 사과 및 배상문제를 이번 참에 확실히 종결짓겠다는 계산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전쟁 책임과 피해 배상에 관해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만큼 줄기차게 문제제기와 국제여론을 환기시키는 나라는 없다. 아베 총리 집권 기간 동안 2014년 미국 상·하의원 위안부 결의안 의결, 2015년 한일 정부간 위안부합의 사항에 대한 파기 여론, 2016년 일본정부에 대한 위안부 피해 배상 청구,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이 이슈화되어 왔다. 일본 정부는 이때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이었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책임과 배상의 모든 문제는 종결되었다는 주장만을 되풀이 해 왔다.
전범국가에서 보통국가로의 이행은 아베 총리의 숙원이며, 그 과정에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아킬레스건과도 같다.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는 이 사안을 우회하여 경제 보복과 무역 분쟁을 통해 물타기, 시간끌기를 하려는 속셈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현재 단 24명 뿐이다. 아베 총리는 시간과 경제를 무기로 껄끄러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정면 돌파보다는 우회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득이 될 것이다. 일본 사회에서 우익세력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양심있는 지식인, 시민사회의 입지는 위축될 것이다.
[③ 경제압박용] 추락하는 아베노믹스의 출구 전략으로서 무역분쟁
처음에는 잃어버린 10년, 그리고 20년, 급기야 30년에까지 이르는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와 초저성장은 경제대국 일본의 자존심 추락을 넘어 지속가능한 생존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G2국가로 성장한 중국에게 2위 자리를 내주고, 구매력 기준 1인당 GDP와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바짝 추격하는 한국의 존재감은 지난 40여년 간 아시아 경제 패권을 유지해온 일본에게 위기의식을 고조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패권 우산 아래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그리고 제조업·기술산업의 수출전략, 달러약세에 따른 엔화강세로 미국을 제치고 경제대국 1위를 넘보던 일본은 1989년 경제버블로 기나긴 추락을 시작한다. 그리고 세계의 공장 중국과 반도체 기술산업의 다크호스 한국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되었다. 일본의 헤이세이(1989~2018년) 시대는 어둠의 시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봉쇄전략이 아베 총리에게 모티브를 제공했다. 한국의 반도체 기술산업에 타격을 줌으로써 미국과의 기술동맹 파트너십을 재구축하려는 시나리오를 검토했을 것이다. 자유무역질서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대한 면죄부는 이미 트럼프와 영국 브렉시트를 통해 확보했다.
특히 2013년 시작된 아베노믹스 경제 정책이 올해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1월에는 정부통계 조작 시비에 휘말렸다. 궁지에 몰린 아베노믹스의 출구 전략이 절실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월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정당하다'는 패소 판결을 접한 일본으로서는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을 '경제적 정당방위'의 명분으로 삼기에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일본이 자신이 누렸던 경제 강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한국에 대해 무역 분쟁으로 해결하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s trap)' 전략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2번째 보복 카드로 공언한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 제외'를 일본이 실행한다면 한국경제 쐐기박기는 이제 분쟁을 넘어 경제·무역 전쟁으로 확전될 수 밖에 없다.
[④ 외교안보용] 한반도 프로세스에서 일본의 역할론 명분 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