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뒤 회견장을 나서자, 노회찬 공동대표가 심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이날 심 후보는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재인 후보 중심으로 정권교체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성호
노회찬을 '언어의 달인'이라고 한다.
그의 말은 짧고 명확하고 유머가 섞여 언제 어디서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그에게는 언어(말)의 철학이 있다. 인용하는 글은 정치인을 두고 하는 것 같지만, 어찌 정치인뿐이겠는가. 같은 해 11월 4일의 일기다.
수첩을 읽는 게 아니라면 정치인의 말은 짧을수록 미덕이다. 허나 생각해보면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을 짧게 표현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여느 사람이라면 자신의 살아온 역정을 밤새워 얘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도 줄이고 또 줄이다 보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실험해보면 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 뒤 그것을 계속 줄여보는 거다. 하다 보면 마침내 3분 분량으로까지 줄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주석 11)
여기서 '수첩'을 예시한 것은 '수첩공주'라 불리던 어느 당 대선후보의 행태를 두고 한 말인 듯 하다. 말이 짧아야 한다는 그의 '설론(舌論)'을 좀 더 들어본다.
진보정당의 창당과정에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나는 말했다. 발언은 3분 이내로 해달라고. 살아온 과정도 3분이면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 자신의 인생을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없다면 그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농담까지 하였다. 사실 3분이 넘으면 그건 '발언'이 아니라 '연설'이다. 그래서 일장연설도 영어로 번역하면 'long speech' 아닌가. (주석 12)
2019년 한국은 이른바 '막말파동'으로 국민이 몸살을 앓았다. 진원지는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고 명색이 목사라는 인물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외국의 사례 몇 가지를 찾아본다.
프랑스 의회에서 어느 날 한 야당의원이 여당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때 여당 의원 왈 "당신의 전직은 수의사였다는데 사실이오?"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은 "그렇소만 혹시 어디 아픈 데라도 있나요"하고 되받아, 여당 의원을 일거에 가축으로 전락시켰다.
일본 의회에서의 일이다.
어느 의원이 반대당 의원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상대 의원의 발언을 듣고 나서 "외눈깔로 세상을 보니 세상이 제대로 보이겠느냐"고 야유하자 애꾸눈 의원은 조금도 당황하거나 노하지 않고 "일목요연(一目瞭然)!"이라는 한마디로 만장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어느 대학 강의실에서의 일. 강의 중에 허리춤에 한 손을 찌르고 듣고 있는 학생을 발견한 교수 왈 "허리춤에서 손을 빼!" 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보니, 그 학생의 손목 아래에 손이 없었다.
교수 왈 "학생! 나도 없는 지혜를 짜내 강의를 하고 있으니 자네도 없는 손이라도 내놓고 듣게!" (주석 13)
노회찬이 심상정 후보와 함께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방문했다. 쌍용차, 현대차에 이른 세 번째 행보이다.
한밤중에 트위터로 의견을 물어보는 이가 있다.
"김지하 시인이 박근혜를 지지선언 했는데 노회찬 의원님이 김지하 시인님께 드리는 말씀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마지못해 답하고 만다.
"지하의 일을 지상의 제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가을비가 사흘째 내리는 밤.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시 구절이 노랫말이 되어 귓전을 떠나지 못한다. (주석 14)
주석
9> 『노회찬의 진심』, 308~309쪽.
10> 앞의 책, 311쪽.
11> 앞의 책, 313쪽.
12> 앞과 같음.
13> 김삼웅, 『야누수를 쫓는 정치비록』, 200쪽, 학민사, 1978.
14> 『노회찬의 진심』, 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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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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