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를 읽는 영어낭독 소모임
안은성
하루는 모임 중에 밀린 전기요금 걱정을 늘어놓았다.
"전기요금이 3개월이 밀렸는데 다음 주 월요일이면 전기를 끊는대요."
마을카페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알 리 없는 회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올 때마다 문이 열려 있고 에어컨이 돌아가니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운영위원들이야 빤히 아는 살림살이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공간을 오가는 소모임 회원들은 전기를 끊는다는 독촉장까지 날아오는 상황을 알 턱이 없었다.
"어머, 어떡해요?"
"가능한 분들에게 차입을 알아보거나 증자를 좀 부탁해보려고요."
전기가 끊긴다던 월요일 아침. 소식을 들은 한 회원이 카페를 찾아와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전기요금이 얼마나 밀렸어요? 내가 출자할게."
그렇게 밀린 전기요금이 누군가의 자발적인 출자로 해결됐고, 이런 경험은 그 후에도 수차례 일어났다. 물론 출자도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지만 "돌려받을 생각 없어요, 그냥 후원할게요"라고 말하는 출자자들이 대부분이다.
명색이 마을카페고 주민커뮤니티 공간인데 왜 적자 문제를 다 같이 해결하자는 말을 처음부터 못 꺼냈을까.
일단 적자 걱정은 카페지기와 운영위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 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까지 적자 걱정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마을카페가 걱정을 끼치고 부담을 주는 공간이 아니라 즐겁고 유쾌한 공간이길 바랐다. 거기에다 평소 아쉬운 소리를 못 하는 성격, 카페지기의 무능력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자책도 한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