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색종이 문구
이희동
사라지는 문방구
주말 아침, 아이들이 분주하다. 아직도 이불 속에 누워 있는 엄마, 아빠 눈치를 보는 듯 안방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평소처럼 TV 봐도 되냐고 묻기 위함일까? 새벽까지 일했던 아내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내가 거실로 나왔다.
"왜? 무슨 일이야?
"아빠. 우리 '색종이 문구' 가도 돼?"
아이들에게 문방구는 최고의 쇼핑몰이다. 단돈 만 원을 가지고 가서 2천~3천 원짜리 장난감을 사 오면 며칠 동안은 내내 그것만 가지고 논다. 너무 일찍부터 소비에 중독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나의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그러려니 한다. 나 역시도 종이 딱지나 고무 로봇 등을 사서 보물 상자에 모아놓지 않았던가. 다만 너무 자주 가는 게 마음에 걸릴 뿐이다.
"또 가? 너희 저번 주에도 가지 않았어?"
"응. 그런데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제 색종이 문구도 없어진대. 그래서 물건도 싸게 팔고 있어."
"잉? 색종이 문구도? 저번에 학교 앞 '열린 문구'도 닫지 않았나?"
"그러니까. 문방구는 다 문 닫고 있어. 아빠 가게 해줘. 제발."
집과 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마지막 문구점의 폐업이라. 당연한 일이었다. 학생들이 줄어들고 인터넷 쇼핑이나 다이소 등이 번성하는 요즘, 동네 문방구가 버티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요즘에는 복지혜택이 늘어 학교에서 아이들의 준비물을 다 구비해준다지 않는가.
아이들은 나름 절박했다. 엄마, 아빠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용돈을 가지고 주말에는 심심찮게 애용하던 문방구가 없어진다고 하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찻길을 몇 번이나 건너는 문방구까지 가는 길이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이었지만, 이제는 문방구 자체가 없어진다니 내가 더 서운했다.
결국 난 흔쾌히 녀석들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문방구 쇼핑이니 가서 잘 고르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이야기해주었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고 너희들 돈이니 너희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고. 부탁할 필요 없다고. 다만 돈을 너무 많이 쓰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아이들은 좋다며 당장 뛰쳐나갔다.
문방구에 대한 기억
그렇게 아이들을 문방구에 보냈지만 기분은 착잡했다. 주위의 문방구가 사라진다는 사실 자체가 왠지 서러웠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교 주위에 널려 있는 것이 문방구였다. 우리는 학교 가는 길에 문방구에 들러 준비물을 샀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문방구에 들러 가게 앞 간이 오락기에서 게임을 하든가, 아니면 안에서 뽑기를 해서 불량식품을 먹곤 했다. 한 마디로 문방구는 우리들의 놀이터이자 아지트였으며, 문방구 주인은 내가 아는 우리와 가장 친한 어른 중 한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