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만찬>에도 출연한 김영애씨는 검침을 돌 때는 하루 평균 약 700~1000호를 방문한다. 전체 약 4600호를 돌아야 하고 검침이 끝나면 점검과 고지서 송달 업무를 해야 한다.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이희훈
지난 1월, KBS1 교양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은 '노동의 조건 2부- 3만 6천 7백 걸음' 편에서 우리 주변에 늘 있었지만, 쉽게 지나쳤던 도시가스 점검원들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방송을 보니 도시가스 점검원들이 매월 담당하는 세대는 평균 4500세대, 많게는 5000세대다. 자신이 할당받은 세대 수 안에서 매달 검침과 송달을 끝내야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세대 방문 점검을 완료해야 한다. 이 업무를 위해 하루에 2만보 이상, 많게는 3만 6천 7백 걸음을 걸어 다녀야 했다. 뿐만 아니라 계량기 확인을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고, 담을 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무릎이나 발목 등의 관절부상을 입었다. 심지어 폭언, 폭행, 성희롱에 노출된다.
<거리의 만찬>은 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TV를 본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도시가스 점검원들 또한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지난 17일 울산과 경남 양산지역 도시가스 회사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원룸에 안전 점검을 나갔다가 그곳에서 생활하던 남성에게 감금, 추행 위기를 당한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도대체 도시가스 점검원들의 노동현실은 어떠하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관련 기사: '
가스점검 여성노동자' 성희롱에 무방비 노출 http://omn.kr/1jdy1
현장에서 도시가스 점검원으로 일하고 있는 K씨를 만났다. 50대 여성 K씨는 9개월 차 도시가스 점검원이다. K씨는 한부모 가족의 실질적인 생계부양책임자다. 올해는 자녀 2명이 취업 후 따로 살게 되면서,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은 조금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시간 조절하면서 일할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한 달에 정해진 만큼만 일하면 되고, 집 가까운 곳으로 걸어 다니면서 일할 수 있어서 운동도 되고, 시간도 조절 해가면서 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했어요."
구인광고를 통해 도시가스 점검원을 알게 되었고, 1년 계약직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도시가스 점검원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 가스안전공사의 사용시설 점검원 교육과정 수료 후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K씨가 처음 배정받은 세대는 매월 검침 4500가구, 점검 470가구였다. 일을 시작한 첫 달은 16일을 근무하며 470가구 점검만 하고 5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둘째 달은 820가구 검침을 하고 118만 원, 셋째 달에는 4500가구 검침, 500가구 점검으로 137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첫 달은 16일 근무에 470가구 점검을 하고 50만 원을 받았어요. 적어도 최저임금의 50% 정도는 급여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센터에 문의 하니 점검 1건당 1000원 정도 금액이라고, 50만원이면 원래 줘야 하는 금액보다 많이 준 거라고 했어요. 두 달, 석 달째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계산이 되었어요. 아직도 급여 계산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알지 못하고 있어요."
젊었을 때부터 일해온 경험이 많은 K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정해진 금액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목표량을 다 채워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악착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9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은 매월 검침 4700가구, 점검 800가구를 맡아 담당하고 있다. 한 달 내에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하루에 200집 이상을 다녀야 한다. 이동 거리 또한 가까운 곳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3개의 구를 넘나드는 지역을 걷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이동시간과 거리 또한 만만치 않았는데 교통비도 지급되지 않았어요. 많이 걷다보니 운동화 교체 시기도 빨리 돌아왔지만 모든 것은 개인이 부담해야 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식대와 차비를 지급 해주면 좋겠어요. 운전이 가능한 도시가스 점검원에게는 유류비를 지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도시가스 점검원의 담당구역 또한 동선을 조정하여 지역 간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동선으로 배치되면 좋겠어요."
"하루에 3만 걸음 그 길의 끝에는 최저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