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근무하지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독립 생존을 하고 싶지만 형편없는 임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빛 좋은 개살구
사람들은 학교에서 일한다 하면, '어, 학교에서 일해?' 하고 괜찮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이다. 방과후 강사는 시간은 시간대로 묶여있고, 돈은 적고, 복지도 너무 부족하다. 학교 안에서 수업을 하지만, 학교 구성원이 아닌 학교 밖 사람일 뿐이다.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학교 구성원의 자세(?)는 갖추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여러 시선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도 보여지는 직업이라고 하나? 애들 앞에도 나서고, 다른 선생님도 저를 보니까, 품위유지비라고 해야 되나? 아무렇게나 편한 옷으로 다닐 수가 없어요. 그걸 사는 비용이 또 들죠. 아이들조차도 누구 선생님이 예쁜데, 못생겼는데 이런 게 말해요. 남자 선생님한테는 안 그러죠. '야'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무서워하고, 남자 선생님들은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화장 안하고 가면 선생님은 물론이고 애들조차도 어디 아프냐고 물어봐요"
학교 안에서 서로 맡은 일들을 하는 것뿐인데, 똑같은 선생님으로 대해주는 선생님도 있고, 약간 '니가 뭔데' 라고 대하는 선생님도 있어 하대 받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결혼해서 독립? 독립생존 하고 싶은 나는?
B 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정기적인 금액은 아니지만 적게나마 저축을 한다. 독립은 꿈도 꿀 수 없다. 핸드폰 요금이라든지 여자니까 생리대 비용, 생활용품, 강사로서의 의류, 화장품 등 품위유지비까지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있는데, 그것만 나가도 빠듯하다. 그래서 결혼해서 독립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병원에 가도 아직도 의료보험이 아빠 이름으로 되어 있어 싫다고 했더니, '결혼하면 되잖아, 남자 밑으로 들어가' 이런 답변이 돌아와요. 이 정도만 벌어도 남편이 땡큐 할 거라고 해요."
B씨가 원하는 것은 경제적 독립이다. B씨도 당연히 결혼할 거라는 인식이 싫다. 경제적 독립을 못하는 것은 내 탓이니, 결혼을 선택하라고 한다. 그러면 어차피 생계비는 남편이 버니까 애들 학원비만 벌어도 된다는 식이다. 결혼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내가 아프면 큰돈이 드는데 어떻게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된다. 직업이 안 좋으면 대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는데, 그 순간 자존감이 다시 바닥을 쳤다.
통계청 <여성가구주 구성비>를 보면 비혼, 유배우 및 이혼은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5년 이후 1인 가구 주된 가구형태가 되었고, 여성 1인 가구는 284만 3천 가구로 49.5%를 차지하고 있다. B씨는 위 통계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독립생존'하는 1인 가구를 꿈꾸고 있다. '독립생존'이 가능하도록 방과후 강사를 오롯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동일가치노동의 관점으로 그에 맞는 온전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우리는 의존하지 않는 삶, 불안하지 않는 삶, 평등한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① 여성은 '반찬값' 정도 임금이면 족하다? 나도 생계부양자다
② 비혼 여성 간호조무사의 '안정적 삶'은 가능할까
③ "노동 존중 사회 실현한다"더니... 고용부 전화상담원의 호소
④ "남자 혼자 있는데 자신 있냐"... 가스 점검원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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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 남자 밑으로 들어가"라니... 나는 '독립생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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