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수잎이 겹쳐진 모습이 징그러운 번데기 같기도 하다. 이제 조금씩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금전수는 이렇게 새 잎과 줄기가 돋아나는 모습이 재미있다.
김이진
번데기 주름처럼 보이던 모습은 여러 장의 잎이 겹쳐진 것이다. 어찌 보면 징그럽기도 하다. 마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나비가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2주 가까이 웅크린 모양으로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정말 신기했다. 게다가 나는 잎이 한 장씩 돋아나는 줄 알았는데 이미 완성된 형태로 하나의 줄기가 만들어지는구나! 근사하다.
새 잎이 돋아나는 시기는 정말 흥미롭다. 32개월 된 아이한테도 새싹이 돋아난다고 자주 보여 주었다. 하루하루 새 잎이 자라는 모습을 재미있어 했다. 서툰 발음으로 "엄마, 커젔어, 음청 커젔어"라고 종알거렸다. 세상 밖으로 모습을 보인 새 줄기는 그때부터 거침 없이 쑥쑥 자란다. 며칠이면 금세 자리를 잡아 원래 있던 줄기와 키가 비슷해진다. 대단한 추진력이다.
며칠 전이었다. 이번에도 새 줄기가 나오려는지 연둣빛 몽우리가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기나긴 웅크리는 시간 없이 잎이 빨리 자라는 것 같다. 따뜻한 봄이라 일찍 펴지는 건가, 무심하게 지나쳤는데 어느날 보니 난생 처음 보는 무언가가 거기에 있었다. 깜짝 놀랐다. 그건 분명 꽃이었다. 작은 방망이처럼 생긴 꽃.
멋진 카라를 걸친 것처럼 연두빛 포를 두르고, 방망이 꽃이 피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작은 하트 모양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놀라워라. 태어나서 금전수 꽃은 처음 보았다. 나는 금전수가 꽃을 피운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저렇게 독특하게 생긴 꽃이라니.
식물이 자라는 것이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