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 로스쿨생이 법무부에 민원을 제기해 받은 답변에서 법무부는,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1440명 내지 1500명 선으로 유지하기 위해 합격률 입학정원 대비 75% 수준으로 통제한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출처 :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
변호사업계 내지 법조인양성체제에 관해 법무부의 사명은 무엇일까? '국민이 양질의 변호사를,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많이 만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법무부는 '양질의 변호사'의 전제조건인 법조인양성시스템, 로스쿨의 교육 붕괴를 지금껏 방치했다.
국민이 '많은 변호사'를 만날 수 있어야 함에도 '낮은 법률서비스'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이를 위한 변호사 수 확대 노력도 없었다. 2009년 이후로 늘 그 신규 변호사 배출 수는 1500명으로 고정되어 왔다.
지난 기사에서 북유럽의 '오후 5시 변호사'와 독일의 '법률비용보험'에 관해 다뤘다.(관련기사 -
http://omn.kr/1i5d5) 덴마크엔 인권변호사가 없다. 법무부의 보조금으로 모든 변호사들이 국민을 위해 기능하도록 한다. 독일의 법률비용보험제도는 국민들이 법률서비스를 의료서비스처럼 가벼운 비용으로 충분히 받도록 하는 보편적 법률복지 성격의 제도다. 많은 이들이 추가 취재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는 등 이 기사에 호응했다. 그런데 나는 그 기사를 준비하며 법무부가 이에 관해 의미 있는 연구와 제도화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법무부는 왜 법적 근거도 없이, 로스쿨 교육의 형해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다지도 법조인들의 수입 보전만을 위해 애쓰는 걸까? 왜 국민을 위해 어떤 법률서비스가, 어떤 변호사가 얼마만큼 더 필요한지 연구하고 제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걸까? 설마 법무부가 자신의 정체성을 '기존 변호사 내지 장래 변호사가 될 검사, 판사들의 이익단체'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법무부의 담당자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응답하라, 대한변협!
그에 비하면 대한변협(이하 '변협')이 '회원인 기득권 변호사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것은 잘못이 아닌지 모른다. 변협은 2006년 이후 대부분 '변호사 1천명'만을 주장하는 일관된 모습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이찬희 변협 회장에게는 '로스쿨 교육의 붕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 첫째, 그는 지난 2015년 사법시험 폐지 유예 논란이 일던 때에 로스쿨생들의 시위에 참여해 "나는 로스쿨을 지지한다"고 밝힌바 있고, 둘째 최근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로스쿨을 통해 노동, 세무 등의 전문법조인이 양성되고 있으므로 노무사, 세무사 등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을 지지한다는 것은 '로스쿨의 교육'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로스쿨의 전문법조인교육을 유사직역 정비의 논거로 내세우는 것은 '로스쿨의 전문 교육'을 장려하겠다는 뜻이 된다. 그럼에도 "변호사업계의 불황과 유사직역의 문제로 변호사를 늘릴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로스쿨의 출구를 좁히는 것은 지금의 로스쿨을 더욱 고시학원화하고 로스쿨 교육을 붕괴시킨다. 당연히 로스쿨의 전문 교육도 함께 무너진다. 그가 로스쿨을 지지한다고 한 것은 그저 '로스쿨이 죽지 않을만큼만 연명'하길 바라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표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이었을까? 그가 로스쿨의 전문 교육을 앞세우는 것은 그저 유사직역에 대한 대항마로 로스쿨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할까?
하나 더, 이찬희 변협 회장은 5일 심포지엄에서 "지금 청년변호사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제자들을 위해 로스쿨 교수들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면서 로스쿨 측에 대한 서운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같은 법조계의 젊은이들 중 예비변호사들의 문제는 껴안지 않는 모습이 아쉽지만 그보다 문제는 청년변호사들에 대한 그의 걱정과 배려의 진정성 여부다.
지난 2014년부터 대한변협의 한 특위는 법률비용보험제도 도입을 위해 애써왔다. 앞서 언급했듯 이는 국민을 위한 제도인 동시에 변호사들의 적정 수입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대안이다. 그런데 이를 도입하고자 노력해온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대한변협 법률서비스보험 심포지엄들에 위철환 회장을 제외한 어떤 회장도 참석하여 경청한 일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찬희 회장 역시 서울변협 회장 시절 관련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이 없고 그의 공약집에서도 이와 같은 적극적인 변호사 일자리 창출 노력이 엿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지난 기사에서 나는 한 국회의원이 법률협동조합에 관한 입법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 의원은 "이익집단들이 원하지 않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관련기사 -
http://omn.kr/1i5dc)
이찬희 회장이 최근 5일에도 드러냈듯 정말 청년변호사의 일자리, 변호사업계의 불황을 그처럼 걱정한다면, 또 대한변협 홈페이지의 인사말에처럼 변협이 '언제나 국민 곁에 있다'고 말하고자 한다면, 그는 법률비용보험, 법률협동조합과 같이 국민을 위하면서도 동시에 일선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대안들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저 '변호사 수 통제'만이 국민과 변호사들을 위한 그의 유일한 대안이라면 그의 지금까지의 말과 행동이 참으로 모순된 것은 아닐까? 특히 지난 2015년 사법시험 페지 유예 논란 속에서 로스쿨 존립이 흔들리자 지금 로스쿨생들을 힘겹게 하는 이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응답하라, 2015!'라고 했던 그에게, 나도 언젠가는 지금의 로스쿨 교육의 붕괴에 대해 '응답하라, 2019!'라고 그 책임을 묻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