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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따라서 로스쿨의 변호사자격 취득 기준이 '입학정원 대비'가 되어서는 안 됐다. 이렇게 하려면 차라리 로스쿨체제를 그만두어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 2010년 12월이 남긴 것은 '입학정원 대비 75%'였다. 정말 미안하지만, 여기엔 로스쿨 1,2기들이 상당한 기여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시 로스쿨 1,2기들이 '입학정원 대비'의 기준에 동의하며 시위를 철수한, 이른바 '입학정원 대비 75% 회군'이 현 로스쿨 교육 붕괴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학생들이 시위를 멈춤에 따라 더불어 목소리를 줄인 로스쿨 교수들과 시민단체들도 공동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온몸으로 로스쿨을 지켜내려 애쓴 1,2기들의 노고를 모르지 않는다. 그뒤로 끝없이 노력한 이들이 있음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2010년 12월에 결사항전이 없어서 로스쿨은 언제고 터질 폭탄을 안아버렸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힘의 논리에서 졌다"고 어느 로스쿨 교수는 말했다. 논리에서 진 것이 아니었다고, 처음부터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으로 운용하도록, 입학정원의 대부분이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하도록 되어 있었음에도, 바뀐 정권이 이를 흔들었고 도저히 막아낼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전문자격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에서 그 자격을 무조건 상대평가로 일정 수만 취득하도록 해 낙오자들을 누적시키며 교육기관을 고시학원으로 만드는 곳은 없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교대, 사범대, 의대, 의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 등 그 어떤 다른 전문교육기관에서도 이런 모습은 없다. 하지만 힘의 논리에서 졌더라도, 어쨌든 당시에 '졌다'.
그래서일까. 2010년 12월 연간 1500여 명만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것이 예정된 이상, 그때라도 로스쿨 입학정원에 칼을 들이댔어야 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적어도 로스쿨 교육과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로스쿨 교수들이 입학정원을 최소한 1600명 정도로 줄이자고 나서야 했다는 거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입학정원 2천명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었고, 이미 이를 염두에 두고 각 학교의 로스쿨 교육과정이 운영되던 중이었다. 또 입학정원이 1600명이 된대도 변호사단체와 법무부가 여전히 '입학정원 대비'를 주장하며 1200명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입학정원을 줄이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법무부 사전에 '재논의'란 없다?
사실 근본적으로 현 로스쿨 교육 붕괴의 책임은 2010년 당시의 법무부와 교육부에 있다. 로스쿨에서 3년의 교육을 충실히 받은 이들 대부분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은, 이미 사개추위가 로스쿨 설립을 준비하며 누누이 강조한 일이었다. 법무부 역시 그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공표해왔다.
그런데 이를 갑자기 뒤집는 내용의 발표를 한 것 자체가 그야말로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더욱이 교육기관의 출구에 엄격한 선발시험이 지키고 서면 해당 교육기관의 교육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을 법무부는 몰라도 교육부는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그 어떤 전문교육기관도 이처럼 '시험'이 '교육'을 좌우하며 그 교육기관을 껍데기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을 교육부라도 입을 열어 말해야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당시 '회군'을 한 로스쿨 1,2기들 중 많은 이들이 당시 법무부가 "아직 로스쿨이 과도기인 만큼, 추후 다시 논의하자"고 한 말을 믿고 회군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 사법시험이 완전히 폐지되고 로스쿨이 안정화되면 후배들을 위한 재논의가 있을거야, 그러니까 이 정도에서 돌아서도 괜찮아.'라며 생각했단다.
실제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시 법무부가 공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2014년 이후의 합격자 결정 방법은 통계자료, 시험 시행 결과 분석자료, 절대점수제 연구 등 자격시험으로 운영을 위한 기초자료를 축적하여 추후 재논의하기로 하였다"고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