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률서비스 시스템의 전문가인 중앙대 로스쿨 장재옥 교수가 독일에서 연수 중 세미나를 마치고 찍은 사진. 맨 왼쪽이 장재옥 교수.
장재옥
우리나라엔 왜 '오후5시 변호사'나 '노타'가 없나?
대한민국의 자살율은 세계 1위다. 높은 실업률과 사회양극화, 그로 인한 입시경쟁과 취업경쟁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일까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유럽, 북유럽의 복지 모습들이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편적 법률복지'는 그 개념조차 생소하다.
장 교수는 변호사단체를 설득해 권리보호보험 제도를 우리사회에 정착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인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 이 제도는 '시민이 법률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게 할 수 있는 시민을 위한 제도일 뿐 아니라 평범한 개업 변호사들의 직업 안정을 도모할 좋은 제도' 였다. 언뜻 이는 '변호사 보수의 법정화'를 전제하니 막대한 성공보수를 받을 가능성이 없어 손해라고 생각해 도입을 반대할 수 있지만, 일확천금의 기회는 없대도 안정적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이점이 있으니 그렇다.
2015년 독일 변호사회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보다 독일이 '인구 대비 변호사 수'가 훨씬 많음에도 (당시 한국은 인구 5천만에 변호사가 약 2만 명인데 비해 독일은 인구 8천만에 변호사가 약 19만명) 변호사들의 수입이 안정적인 이유는 바로 권리보호보험 제도 때문이라고 말했단다. 또 장 교수는 독일에 진출했던 영국의 대형 로펌들이 철수하게 된 배경에는 독일국민들이 이 권리보호보험을 활용하여 '내 옆의 변호사'를 찾아 상담하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익숙해 왔기 때문이란 점도 우리 변호사단체가 주목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사회가 준비가 안 된 것인지, 변호사들의 이해 부족 때문인지 이러한 법률서비스보험(권리보호보험)의 확산에 큰 진전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노타(Notar)'도 사정이 비슷하다. 장 교수에 따르면, 우리에겐 없고 독일엔 있는 '노타'는 시민들의 재산을 보호하고자 필수적으로 도입해야할 장치다. 부동산 소유권 변동에 Notar의 서명을 거쳐 등기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제도에 터잡아 우리나라 부동산거래를 투명하고 피해 없는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장 교수는, 허위등기나 부실등기의 피해 예방에서 나아가 아파트 선분양과 PF에 따르는 피해예방 등을 위해 공증변호사가 개입하는 제도로 발전시킴으로써 서민들의 '내 집 장만의 꿈'이 깨어지고 고통받는 등의 문제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이는 새로운 변호사 직역의 창출이자 유사직역과의 문제도 해결하는 등 변호사들에게도 큰 이점이 있다. 장 교수는 변호사단체가 한국형 노타 제도를 만들어가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많은 이유가 있음에도 아직 관심도 연구도 부족하고 공감대 확산이 안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덴마크나 독일 같은 '보편적 법률복지'가 가능할까
한때 '정의론' 바람을 일으킨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샌델은, '마이클 조던은 많은 세금을 내야만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극단적 자유주의자 노직에 따르면 명백히 'no'! 노직의 자유주의에 기반한다면, 조던이 농구경기에서 우승해 많은 상금을 받은 것은 그의 능력과 노력에 따른 것이니 그 일부를 국가가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은 '조던을 일정 기간 강제수용해 농구경기를 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그 책 속 설명이다.
하지만 복지국가에서 이런 사고방식은 납득할 수 없다. 조던이 덤프슛을 할 수 있는 건 그의 타고난 신체적 특징 탓이 크다. 그럼 '우연한 신체적 장점'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불이익한 부분이 있고, 조던이 받은 상금은 경기를 보러온 수많은 관중들의 티켓값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러니 고소득자에 대한 높은 소득세 비율은 정당하다.
미국과 같은 자유주의 국가를 지향하는지 아니면 북유럽,유럽 같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지에 따라 '정의'에 대한 문제는 이처럼 다른 답을 가져온다. 그래서 미국은 고소득자에게 기부를 실천하게 함으로써, 북유럽은 누진적 소득세를 적용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고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법률복지'에서도 비슷하다.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대기업을 상대로 시민 1인이 손해배상을 제기했을 때 경우에 따라 미국 법원은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한다. '본보기'다. 기업 활동의 자유를 최대로 보장하지만 선을 넘어 시민적 이익을 해할 경우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징벌효과를 내려는 거다.
반면 유럽과 북유럽엔 그보다 국가의 규제적 장치가 작동한다. 금지청구와 같은 예방적 장치들로 위 불법행위 등을 미리 막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또 과태료, 벌금 등의 액수도 소득수준에 비례해 부과함으로써 규제에 실효성을 더하기도 한다. 핀란드 대기업인 노키아의 핸드폰부문 부회장 안시반 요키가 오토바이 과속으로 핀란드 사상 최고 액수인 11만6천유로(10만3천500달러)의 교통범칙금을 부과받은 일은 이미 유명하다.
앞서 살펴봤듯 북유럽과 유럽은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보험이나 조합으로 법률서비스를 공공재로서 함께 누리고자 노력하는 듯 하다. 이런 나라들엔 어쩌면 '인권변호사'라는 말 자체가 없을지 모른다. 인권변호사가 많이 나오는 사회 보다 모든 변호사가 인권변호사로 기능하게 하는 법률복지사회를 지향하니 말이다. (실제로 구글링을 해본 결과 덴마크에서는 '외국인 권익보호'와 관련해서만 '인권변호사'라는 단어가 검색됐다)
낙태 문제에 있어 최악의 사회는 '낙태를 금지하면서도 아이를 낳고 키울 여건을 조금도 조성해주지 않는 사회'일 것이다. 법률복지도 마찬가지다. 변호사 시장을 자유주의에 맡기는 사회에선 변호사들의 재능기부 차원의 무료법률상담이 보다 늘어야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보다 나서서 시민들의 행복을 보장하려는 사회라면 법률상담 보조금, 부동산 거래에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제도 등을 도입하고, 권리보호보험 제도를 장려하는 편이 보다 나을 것이다.
자유주의건 복지주의건 '변호사 수 통제'는 어울리지 않아
어떤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인지는 쉽게 말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있다. 변호사들의 자유경쟁이 장려되는 사회이건 국가가 나서서 변호사의 도움을 제도화하는 사회이건, 양자 모두 '능력과 자질을 갖춘 변호사의 충분한 수'가 전제조건이란 사실이다. 그렇다면 '신규 변호사의 배출에 대한 통제'는 그 통제로 인해 변호사들이 보다 덜 자유경쟁하도록 하니 '자유주의 국가'스럽지 못하고, 시민이 더 많은 변호사를 더 낮은 모습으로 만날 기회를 잃게 하니 '복지국가'스럽지도 않다.
다소 무리한 비유일 수도 있으나 과거 특정 기업들에만 세금 특혜 등 특권을 부여하여 다른 기업들은 보호하지 않고 그 재벌 기업들이 덜 경쟁하도록 한 '가짜 자유주의'였던 독재정권 하의 '재벌 보호'와도 같다. 우리사회가 보다 지향해야할 방향이 자유주의이건 복지주의이건 '가짜'는 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이에 기사 작성에 큰 도움을 준 장 교수가 남긴 말은 법조계에 큰 의미를 던진다.
"최근 교직사회에서 교권보호보험이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또 최근 정부는 보편적 복지를 방향으로 설정하며 기본소득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 기회에 정부와 변호사단체가 사회 곳곳에서 보다 많은 국민들과 일선 개업변호사들이 동시에 이익을 누리는 독일식 권리보호보험제도를 전면 도입하는 등 보편적 법률복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신규 변호사 배출구를 막아 변호사들을 소수로 유지하고, 또 그들이 일확천금의 성공보수만을 기대하는 것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자신들을 위해서도 '현명한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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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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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덴마크,독일의 보편적 법률복지'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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