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30일. 같은 집 다른 모습이다. 이 사진 두 장 사이에 흐르는 많은 이야기가 연재글을 통해 독자들을 만났고, 한 권의 책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현화
1936년에 지어진 작은 한옥은 철거를 했고, 솜씨 좋은 분들에 의해 다시 지어졌다. 해체와 조합, 새로운 공간의 탄생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일 년 반 동안 이어졌다. 오래된 기둥과 주추는 오래전 그 모습 그대로지만 많은 부분이 새로운 것으로 채워졌다. 집 한 채를 짓는 일이 이렇게 고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다면 나는 과연 시작을 했을까, 싶다.
이에 발 맞춰 나의 일상도 해체와 조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20여 년 동안 책을 만들어온 나의 경력은 1인 출판사의 시작이라는 상황 앞에서 전면적으로 해체되었다. 나의 경력은 책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회사를 시작하면서 해야 하는 수많은 일은 나로서는 난생 처음 해보는 것이었고 이 일들 앞에서 나는 쩔쩔매며 하루하루를 넘겨야 했다. 매우 익숙한 일과 미숙한 일들의 불균형 속에서 나는 새로운 나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
처음 집을 짓는 이야기를 연재해 보겠다고 생각한 건 그저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는 모래처럼 이 과정의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아서였다. 여기에 더해 마침 내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오래전 편집자와 저자로 만난 사진작가에게 작은 한옥의 수선 과정을 철거 전부터 기록을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고, 그 덕분에 매우 의미 있는 작품 사진을 매 순간 남길 수 있었다. 그 사진을 더 많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역시 연재를 시작한 계기였다.
출발은 개인 블로그였다. 아무도 모르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비록 작은 집 한 채를 고치는 과정이지만 누구나 살고 있는 집이 있으니, 그런 집이라는 공간이 개인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나가는가에 대해 미지의 독자들과 교감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일반인들이 기사를 쓸 수 있는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하겠다 마음 먹고 첫 글이 올라온 게 3월 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꼭 일 년 전이다.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도 나는 이 연재에 관심을 보이는 독자가 몇 분이나 될까, 반신반의했다. 연재글을 올린 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많은 독자들이 이 글에 관심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포털에 송출된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은 때로 격렬했다.
그 '격렬한 댓글에 행여나 상처 받지 마시라며 잘 보고 있다'는 댓글이 다락방 같은 후미진 내 블로그 글 밑에 달리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를 찍자는 제안도 받았고,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다. 일부러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고 포털에서는 연관 검색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라디오 출연을 위해 방송국에 가던 날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얼떨떨한 마음으로 여의도공원을 한바퀴 돌아보기도 했다.
매번 글이 올라갈 때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는 느낌은 남달랐다.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사람이다. 나는 평생 그 일만 해왔다. 하지만 내가 직접 독자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니 남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집이 지어지면서 나의 일상도 발을 맞춰 달라졌다. 출판사를 시작하겠다고 결정을 했고, 신도시 아파트에서 나와 서울로 이사를 나왔다. 집 주소를 따와 이름을 정한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기 시작했고, 집은 더 집다워져 갔다.
집과 나와 일이 한덩어리로 변화의 긴 터널을 헤쳐나온 셈이다. 그 과정을 연재하며 나는 '현재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행여나 길을 모를 때면 지나온 길을 다시 되짚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기록의 힘, 기록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배웠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애초에 집 짓는 이야기를 책으로 내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만 이 집의 철거 전부터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하는 사진작가의 작품을 모아 이 집의 완공 즈음에 가까운 이들과 기념삼아 비매품의 작은 이미지북을 만들어볼 요량을 가졌을 뿐이다.
연재글을 타고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 몇몇 분이 이 연재의 단행본 출간을 기정사실화하듯 말씀하시기 시작했고, 어떤 분들은 책으로 꼭 보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하곤 하셨다. 그때부터였다.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것은.
하지만 연재를 통해 이미 공개된 글을 그대로 모아 책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하기는 하되 단행본을 위해 전면적으로 다시 구성하고 새로운 글을 써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한 권의 책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를 세상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