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에 제작된 히틀러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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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을 좌파 파시즘의 나라로, 북한을 여성 성노예의 포주로 규정한 뒤 류근일씨가 내린 해법이 있다. 이 해법 역시 매우 명료하다. 제목에 쓰인 것처럼 '이제는 끝장을 내자'는 것이다.
칼럼 마지막 문단에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이젠 끝장을 봐야 한다"라고 말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질식할 때까지 그의 돈줄을 한껏 죄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이게 결승골이다"라고 선언한다.
그는 '선'의 세력인 자유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끝장을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반도 운명의 향방은 결국 한반도 자유인들의 결의 여하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런 확신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때마침 미국과 유엔이 대북 최대 압박으로 가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탑승한 카퍼레이드 차량 벤츠의 반입 경로를 조사하면서, 김정은과 함께 손을 흔들고 선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눈살이었다. 그렇다. 이젠 끝장을 봐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고 있고 유엔이 문 대통령을 안 좋게 보고 있으므로 지금이야말로 끝장을 낼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지금 당장에는 갈등을 빚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류근일씨가 모를 리 없다. 일반 대중을 선동하려면 단순하고 명쾌하고 시원시원하게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썼을 것이다.
최근 이런 흑백논리가 자주 나오는 까닭
저급한 흑백 논리와 더불어 수준 낮은 엉터리 지식이 <조선일보> 정도 되는 신문에 버젓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1920년 창간돼 9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일보> 편집국 내부에 류근일 칼럼의 모순을 걸러낼 만한 기자가 없을 리 없다. 다른 보수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최근 들어 보수 언론들이 이런 류의 글을 내보내는 것은, 한국 보수가 히틀러와 괴벨스식 흑백 선동으로 권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대중의 지적 수준이 매우 높아진 현실을 도외시하고, 대중의 수준이 낮다는 전제 아래 저급한 선동전으로 권력을 되찾고자 하는 한국 보수의 의도를 보여주는 현상인 것이다.
<나의 투쟁>에서 히틀러는 20세기 초반의 세계사를 온통 유대인 대 비(非)유대인의 관점에서 매우 단순화해 풀이했다. 일례로, 제1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 국가들끼리의 이권 쟁탈전이었는데도 히틀러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이 전쟁을 해석했다. 19세기가 끝날 무렵에 유럽 경제권을 장악한 유대인들이 세계질서를 재편하고자 제1차 대전 발발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세기가 바뀔 무렵에 유럽에서 유대인의 경제 장악은 거의 완료되었다. (중략) 유럽 여러 민족의 긴장관계 대부분은 영토 부족 때문인데, 유대인은 계획적으로 세계대전을 부추기고 이 긴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목적은 국내에서는 반유대적 국가인 러시아 파멸이고 행정과 군대에서는 아직 유대인에게 저항을 계속하고 있는 독일제국 파멸이다. (중략) 이런 유대의 투쟁 목표는 부분적으로는 남김 없이 달성되었다. 차리즘(러시아 정치체제)과 독일의 황제제도는 타도되었다."
히틀러는 러시아와 독일에서 황제 체제가 사라진 것은 유대인의 세계지배전략 때문이라고 엉터리로 해석했다. 이런 엉터리 지식을 히틀러 자신도 믿었을 리 없다. 주변 참모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엉터리 지식을 활자화한 것은, 대중이 이런 거짓말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차라리 좋아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유대인을 싫어하는 대중이 이런 선전을 들으면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환호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히틀러는 나치당의 세력을 확대했다.
지금 한국 보수도 유사한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는 듯하다. 말이 되지 않을지라도 단순한 흑백논리로 진보진영을 비판하다 보면, 진보진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환호하고 결집할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들어 한국당과 보수 언론에서 단순·명료한 흑백 논리가 자주 나오는 것은, 한국 보수가 류근일 칼럼의 표현처럼 정말로 '끝장'을 볼 목적으로 대중 선동에 돌입했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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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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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질식할 때까지"... 조선일보의 위험한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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