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인 3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유관순 열사 후배인 이화여자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독립운동가들의 애국애족 정신과 그날을 기억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3.1운동 100주년 기념의 열기가 국내외적으로 뜨겁다. 만세시위를 재현한 시가 행진, 대한독립 만세를 삼창하는 외침도, 독립선언서를 릴레이로 낭독하는 흐름이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삼일절이 아니라 삼월절이라고 해도 될 만큼, 3월 하순으로 접어든 지금까지도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유관순과 200만 시위대가 주도했던 1919년 항일운동의 열기가 100년 만에 재현되고 있으니, 3.1운동 100주년이라는 말을 실감하고도 남을 만하다.
이런 가운데, 한켠에서는 못마땅해 하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반응이 그런 표정들을 압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면서 친일청산 기구인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국론 분열의 원인으로 폄하했다.
3.1운동 100주년의 열기를 2주 이상 느낀 뒤에 나온 발언이 고작 '반민특의는 국론 분열'이라는 한마디였다. 아무도 없는 데서 독백으로 하는 말도 아니고 제1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꺼낸 발언이니, 3.1운동 100주년 열기에 소금을 뿌리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지만원·김진태·김순례 등의 '5.18 망언'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뜨겁던 지난 2월 9일, 나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라는 말로 이들을 두둔하는 듯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14일의 발언으로 확실해진 것은 그가 친일청산 문제에 대해서까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할 때는 국회의사당 안에 있었다. 반면, 반민특위를 모독할 때는 한국당 당사에 있었다. 문 대통령을 모독하는 발언은 헌법상의 면책특권이 허용되는 곳에서 하고, 친일청산의 가치를 모독하는 발언은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 곳에서 했던 것이다.
대통령을 모독하는 발언은 자기 신변에 위험하지만, 친일청산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은 위험할 것 없다고 판단했던 걸까. 친일청산의 가치를 부정하는 게 얼마나 반역사적이고 심각하며 위험한 일인지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100년전 이완용의 '시의적절한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