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경기대 교수
이희훈
그는 전략가다. 그렇게 불린다. 그것도 '국가비전' 전략가. 언뜻 생소한 용어 같기도 하지만, 그가 그동안 해온 연구와 작업물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 독일에서 10년 넘은 유학시절과 <중앙일보>에서 10년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그는 최근 수년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독일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넥스트 코리아' 시리즈를 책으로 엮어냈다. 기자와 만날 때마다 그는 항상 이야기한다. "우리도 충분히 독일을 뛰어넘을 수 있고, 경쟁력 있다"고.
지난해 여름, 기자가 그를 만났을 때 "요즘 일본, 중국 등지로 열심히 취재를 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무슨 주제를 가지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김 교수는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인사를 상대로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그가 책을 들고 나왔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식당에서 그와 만나 장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 작년에 중국, 일본 등지를 다니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열심히 취재를 하셨다고 하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죠. 국내 주요 학자와 정관계 인사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 정치, 외교, 경제, 안보 전문가 등을 두루 만났어요.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대전환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그는 기자에게 "좀전에 출판사로부터 받은 따끈따끈한 책"이라며 기자에게 책 한 권을 건넸다.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김영사)라는 제목이었다. 그에게 곧바로 물었다.
-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 회담이 굉장히 중요해요. 베트남 하노이라는 상징도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세계 역사 흐름에서 한반도가 평화와 번영으로 갈 수 있었던 기회가 세 번이 있었어요."
- 세 번요?
"그럼요. 처음은 1970년 당시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펼쳐요. 그때 동독의 슈토프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해요. 미소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는 계기가 돼요. 그때 우린 유신시대, 북한은 주체사상이라는 전체주의 국가였죠. 두번째는 1980년대 후반 소련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정책을 펼치면서 1990년대 소련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죠. 우리는 1991년에 남북 기본합의서를 체결했지만, 휴지조각이 됐어요."
- 세 번째는요?
"중국이 개혁개방에 성공하고 베트남도 '도이모이'정책으로, '도이모이'라는 말이 베트남어로 '변경한다'라는 뜻이에요, 사회주의 국가들도 인민들이 잘 사는 나라로 갔죠. 당시 우리에게 기회가 있었어요. 미국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고, 북미 국교정상화까지 갔다가 흐지부지되면서 중단됐죠. 미국은 부시정권이 들어서면서 북미정세는 냉전으로 갔고..."
"이번 북미회담에서 30%만 진전 있어도 성공"
- 이번 기회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군요.
"어쨌든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대화 등) 중요한 결단을 해줬고, 트럼프 미 대통령도 그것을 받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를 잘 했죠. 옛날 속담에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죠. 진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되죠. 지긋지긋한 한반도의 냉전을 떨칠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라고 봐요."
- 이번 회담을 두고 여러 분석과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싱가포르 회담은 상견례 성격으로 봐요. 이번 두번째 회담에서도 저는 북미간 30%정도의 진전만 있어도 성공했다고 봐요."
- 30퍼센트요?
"한반도 문제를 볼 때, 특히 북미관계를 풀어갈 때 10가지의 과제가 있다고 해요. (북미간) 서로 전쟁을 했던 사이였어요. 전쟁 후에는 포로에 대한 문제가 있고, 북한 인권 문제와 핵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어요. 이것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야죠."
김 교수는 "지난 70년동안 북한 체제뿐 아니라 미국, 중국, 동북아와의 이해관계 등이 서로 쌓여온 문제들이며, 이것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에 대해 말들이 나오는데, 우선 현재의 핵을 어떤 과정을 통해서 없애느냐, 그리고 미래의 핵에 대해서 어떻게 투명하고 국제적으로 관리할수 있느냐가 핵심이에요. 미래 핵 부분은 북한 체제와 관련돼 있기도 하고...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분까지 통 크게 양보하면 30%이상 진전이 있는 거예요."
- 북한은 대북 제재를 풀고, 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방향으로.
"그렇죠. 미국은 2016년 이후 북한을 여행금지국가로 해놓고 있고, 유엔을 통한 대북제재를 끌어 왔으니까... 우리도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해 금강산 관광도 풀 수 있고, 지난번 싱가포르 회담이 만남이라는 의미에서 30% 의미가 있다면, 이번에도 비핵화를 위한 30%의 진전만 있어도 성공이라고 보는 거죠. 그리고 나머지 30%는 앞으로 2년 후 트럼프 대통령 재선 때 쓰겠죠."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재선을 위해 북한을 세기의 이벤트로 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