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철영 KBS 보도본부 통일외교 부장
금철영 제공
-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 전망하나요?
"비핵화의 구체적인 일정표, 상응 조치의 구체적인 일정표를 마련하는 것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정상들이 하나하나 주고받기식 협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진행 중인 비건-김혁철간 실무협상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고 하겠죠.
다만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이 담기게 된다면 상응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도 담기게 될 것입니다. 종전선언의 내용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 등도 의제로 오를 수 있겠죠."
- 북한이 내놓을 카드로 예상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일단 현재로서는 북한이 내놓을 카드를 예상하는 것보다 북한이 해야 할 조치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면밀하게 이번 회담을 준비해온 것을 보면 북한의 진정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국제사회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했고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후에도 같은 언급을 내놨습니다. 그만큼 국제사회와 미리 약속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요.
그러나 분명한 건 핵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만큼 핵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표명했다고 봅니다. 거기에는 영변 핵시설 폐기뿐 아니라 우라늄핵시설과 ICBM 폐기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물론 미국의 상응 조치도 담기게 된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 문제는 상응 조치잖아요. 상응 조치로 예상 가능한 것은 경제 제재 해제가 아닐까 하는데.
"미국이 국제사회 리더로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주도했기 때문에 북미간 협상이 잘 풀리면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데도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있고 나서 바로 그다음 날 미 재무부가 마카오 BDA 은행의 북한 돈을 동결했다가 이 돈을 상식과 관례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되돌려준 적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만큼 미국이 국제사회 제재를 해제하고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만족할 만한 비핵화 조치를 북한이 하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한다면, 이에 대한 단계별 상응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이 북한식 표현으로 봐도 무방할 '동시 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별 행동 조치' 등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힐 것으로 봅니다."
- 지난해 1차 정상회담 종료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홀로 했습니다. 이번엔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요?
"이번에 성과 있는 회담이 된다면 두 사람이 공동기자회견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 2차 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 양자에게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고 봅니다.
위기라는 것은, 양자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썼음에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이번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그것이 계기가 돼 선순환적 회담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나가면서 말이죠. 그러나 그 반대라면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북미정상회담 최상-최악의 상황은?
- 그럼 최악의 상황은 어떤 것인가요?
"'적당한 타협, 과도한 선전'이 아마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자 모두 이렇다 할 성과는 없으면서 성과를 거뒀다고 홍보하는 상황 말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에서 우호적인 환경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지만 미국 내 트럼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수십 년에 이르는 북한과의 장기 핵협상으로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싱크탱크 내 전문가 중 북한 회의론자나 냉소주의자들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오늘날 미국 정계와 학계의 분위기 역시 그렇습니다. 의회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 그리고 트럼프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보니 트럼프가 추진하는 북미회담에 대해서도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북한이 이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상의 옵션은 무엇일까요?
"플루토늄과 우라늄, ICBM의 폐기가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이번에 마련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이 합의문에 명시되고 역시 미국의 대북 관계개선과 제재 완화조치가 공동성명에 담기는 것입니다. 그래야 남북관계도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만약에 이번 결과가 안 좋을 경우 트럼프나 김정은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두 나라 모두 불가피하게 현재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할 것입니다. 사활적 이해관계로 다뤘던 핵 문제가 밀려날 것입니다. 북한으로서는 공고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다시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역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담한 빅딜 협상을 가졌음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만큼 미국 내 대북 냉소주의와 회의론이 팽배해지면서 외교정책 추진에 있어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비관론이 아마 미국 내 정관계는 물론 언론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상당 기간 이 같은 대화의 프로세스는 다시 가동되기 어렵고 북핵 문제에 있어선 상당히 고통스럽고 긴 시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역시 장기간의 고립과 대중국 예속의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것입니다."
- 지난번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엎어진 적이 있잖아요.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번에는 북미간 말대말 행동대 행동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것 같습니다. 또 회담을 물리기에는 양자 모두 너무 멀리 왔다고 봅니다. 북한 역시 사활적 이해관계로 이번 사안을 보는 만큼 회담은 예정대로 이뤄지리라 봅니다."
- 결과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도 달라질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뿐 아니라 주요한 국내행사도 줄줄이 연기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북한이 이번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이 잘 되면 서울 답방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한국 내에서도 크게 일어날 것이고, 북측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북미정상회담서 성과 난다면 4월 서울답방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