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셋이면 전쟁이다
이희동
첫째 까꿍이는 올해로 4학년, 11살이다. 이제 진정한 10대. 얼핏 보면 완연한 숙녀 티가 나기도 한다. 그런 까꿍이의 고민은 무엇일까?
"까꿍아. 이제 4학년, 진정한 10대가 됐는데 요즘 뭐가 제일 고민이야?"
"글쎄. 잘 모르겠는데."
"잘 생각해봐.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수학?"
"왜? 수학이 어려워? 아빠랑 공부하잖아. 영어는 안 어려워?"
"아. 영어도 있지. 그럼 영어, 수학."
생각 외였다. 예전보다 잠도 더 많이 자고, 이젠 제법 머리가 굵어졌다며 엄마, 아빠 말도 가끔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마치 사춘기가 온 것 같이 행동하는 녀석인데, 정작 고민을 물어보니 영어와 수학이라니. 물론 공부는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의 고민이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까꿍이를 유별나게 공부시키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공부가 고민의 1순위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그렇게 공부가 스트레스였던가?
그럴 리가 없다. 이것은 묻는 이가 아빠라서 건성건성 대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 다시 질문.
"잘 생각해봐. 영어, 수학 말고 없어? 예를 들어 왜 사는지 모르겠다느니,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느니 그런 거."
"없어."
대답은 했지만 얼굴을 보아하니 벌써 아빠의 질문이 귀찮다는 표정이다. 더 이상 물어보아도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리 만무한 듯 보였다. 그냥 알겠다고 하는 수밖에.
어쩌면 첫째 까꿍이의 고민은 녀석이 아니라 정작 내게 주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아빠의 뽀뽀와 포옹은 완곡하게 거절하는 녀석.
오래 전 아버지가 4학년이 된 여동생에게서 느꼈던 섭섭함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까꿍이에 대한 스킨십을 줄여가고는 있지만 그 상황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엊그제만 해도 아빠가 제일 좋다며 품안에 포옥 안기던 녀석이었는데, 벌써 녀석에게 말도 안 통하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됐다니. 이제 10대 딸을 키우는 아비로서 내가 새로운 고민을 하는 수밖에.
[둘째 산들이의 고민] 구구단을 어떻게 외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