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먼지 공습사상 처음으로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5일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하여 나타내는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한 이날 오전 9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상황. 중국과 한반도 지역이 초미세먼지로 붉게 표시돼 있다. 2019.1.15 [어스널스쿨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고농도 미세먼지가 13~15일 사흘간 수도권을 특히 괴롭혔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문자 메시지도 3일 연속으로 도착했다.
이제는 미세먼지 소식이 비 소식보다 많이 들리는 세상이 됐다. 과거 행사 안내서에 단골처럼 적혀있던 '우천시 연기'라는 글귀가 그리워 질 수도 있다. 비로 행사가 연기되는 경우보다 미세먼지로 연기되는 경우가 점점 더 흔해지는 것 같다.
바람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불어오는데도, 그간 중국은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책임을 부인해왔다. 지난 2018년 12월 28일에는 류여우빈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초미세먼지를 예로 들며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초미세먼지를 제외한 나머지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인하지 않는 듯한 발언이기도 했지만, 그냥 듣기에는 자국의 책임을 완전히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15일자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진 외교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 미세먼지에 대한 자국의 책임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한다. YTN은 "(중국 측이) 우리나라와 양자 협상 채널에서는 미세먼지 발생의 중국 영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공동 협력을 논의했다고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공들인 일본 정부
일본은 위치적으로 한국에 비해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는다. 그렇지만, 대응에 있어서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중국과의 협력체제를 통해 미세먼지에 대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일본 기업들의 대(對)중국 수출까지 촉진하고 있다.
일본은 1988년 '중일우호 환경보호센터'를 중국에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1994년에 환경보호협정을 중국과 체결했다. 이런 협력관계를 발판으로 미세먼지 분야에서도 한국보다 앞서 대중국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중국 외교에서 한국보다 불리한 일본이 환경외교에서는 한국을 앞질러 있는 것이다. 이수철 일본 메이죠대학 교수의 논문 '일본의 미세먼지 대책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한중일 협력'은 그간 일본 정부가 공들인 노력 중 일부를 이렇게 소개한다.
"일본은 중국과의 다양한 연계협력 대책을 추진하였는데, 예를 들어 풍부한 대기오염 관련 대책 경험과 환경기술을 가진 일본 자치단체 등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중국 주요 도시의 인재육성 등에 활용하고, 중국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도시간 연계에 관한 회합을 도쿄에서 개최함으로써 산·학·관이 팀을 구성하여 국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측이 제공할 수 있는 부분과 중국 측이 원하는 수요를 파악하여 도시간 연계를 통한 구체적인 협력을 촉진하고 있으며, 연구기관이나 전문기관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
-2017년에 한국자원경제학회가 발행한 <자원·환경경제연구> 제26권 제1호에 수록.
도시 간 협력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이 미세먼지를 매개로 중일 협력관계를 밑바닥에서부터 구축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례로, 도쿄도는 베이징시의 환경 연수생들을 수용하고, 나가노현은 허베이성의 연수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사이타마현은 산시성에 환경 기술자들을 파견하고, 도야마현은 랴오닝시에 기술자들을 파견하고 있다.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 등으로 인해 언제라도 와해되기 쉬운 중일관계를 저변에서 지탱하는 데에 대중국 환경외교도 한몫 하고 있는 것이다.
연수생을 받아들이고 기술자를 파견하고 있으니 언뜻 보면 일본이 손해보는 것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중일관계 파탄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니 결코 손해라 볼 수 없다. 또 일본 정부는 돈을 쓰지만, 일본 기업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이수철 논문은 "기업들은 이와 관련한 설비 기자재와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는 등 비즈니스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이 미세먼지를 발판으로 중국에서 돈을 벌어들인다는 점은, 다른 학자의 뇌리에도 인상적으로 포착됐다. 2004년에 <국제정치논총> 제44집 제2호에 실린 원동욱의 '중국 환경외교: 역사·원칙·실제'에 이런 말이 있다.
"현재 중국은 자국의 거대한 환경산업시장을 일본에 열어놓은 것을 대가로, 환경보호에 필수적인 재정적 원조와 기술 지원을 이끌어내는 윈·윈(Win-Win)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이 일정 정도 돈을 투자해 중국 환경시장에 진입한 뒤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 때문에 중국인들의 미움을 사고 있다. 그래서 중국과의 외교관계에 애를 먹고 있다. 그런 일본이 환경외교에서 성공을 거두고 돈까지 벌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이 중국 환경외교의 역사를 이해하고 있으며 대중국 환경외교의 금기 사항에 유의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