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영광
지난해 한때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70%대 후반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31일, 리얼미터 발표한 주간 정례 조사결과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5.9%였다(CBS 의뢰, 조사기간 12월 24~28일, 성인 2011명 참여, 응답률 6.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참조).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경제다. 지난해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계속 하락하며 문 대통령 지지층인 서민과 중산층의 민심이반이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올해 경제정책 어떨까? 비관적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99%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정부) 정책의 재탕"이란 전망을 내놓은 사람이 있다. 바로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다. 이유가 궁금해 지난 9일 서울 상암동에서 최 교수를 만났다.
- 지난해 경제부터 평가해보죠.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매우 안 좋았지만 대기업들의 수출 등으로 이익은 괜찮았단 말이죠. 그래서 한쪽에선 대기업 이익 등을 근거로 언론이 경제 위기인 거처럼 왜곡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 경제 어떤가요?
"경제위기라는 말이 너무 남용되는 측면이 있어요. 경제학에서 위기는 1997년 말에 겪었던 외환위기 같은 상황을 말해요. 그럼 그 상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금 위기는 아니죠.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산층이 저소득층화하고 저소득층은 빈민화하고 있다는 거예요. 가계의 절반 정도가 명목소득이 줄어들고 있어요. 가계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기인 거죠.
이들은 물가상승의 측면에서도 고통을 당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물가상승률은 평균 수치인데 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와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에요. 물가상승률 중에서 체감물가에 해당되는 것이 식탁물가(신선식품 지수)인데 이 부분은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굉장히 높아요. 근데 이 영향을 많이 받는 가계들은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에요. 즉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경우 물가는 평균보다 많이 오르고 있고, 소득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으니까 이들은 위기 상황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봐요."
"장하준이 '비상사태'라고 한 이유, 동의한다"
- 장하준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위기를 넘어 비상사태라고 하던데요.
"산업생태계가 늙어가며 성장과 일자리 창출 동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 교수 얘기에 동의해요. 가계의 절반 정도가 소득이 후퇴하는 현상은 2016년 박근혜 정부부터 진행했어요. 기본적으로 제조업 위기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제조업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요. 제조업을 빼면 서비스업하고 1차 산업이 남는데,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비스 산업 1인당 생산성이 제조업의 약 57%에 불과할 정도로 서비스 부분의 부가가치가 낮아요. 그러다 보니 제조업의 어려움은 경제 전반의 어려움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최근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험을 생각할 수 있죠. 지난해 봄, 군산에서 한국 지엠이 철수했어요. 해당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게 됐죠. 그러면 그 일자리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 찾아 그 지역을 떠나거나 아니면 그 지역에 남아 있더라도 실업급여를 가지고 살아야 해요. 그 지역에선 밥장사가 안 되는 등의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요.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은 다음에는 상가 수요가 줄어드는 거예요.
세 번째 산업이 사업시설관리·유지·임대 서비스업이라는 게 있어요. 건물 청소라든가 경비라든가 혹은 건물 임대 등에 관련된 것인데 이 분야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어요. 제조업의 충격이 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이에요. 상가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그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겠죠. 소위 말해 지방발 부동산 경기 냉각인 거예요. 더군다나 주력 제조업이 밀집된 지방의 거점도시들은 의존도가 높은 도시들이에요. 그러다 보니까는 농촌의 공동화 현상도 가속할 수 있죠.
제조업의 위기라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탈공업화와 일자리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된 1992년부터 시작되었어요. 제조업에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데,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다 보니까 가계의 어려움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럼 제조업을 대신할 수 있는 산업을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데 역대 정권들이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별로 성과를 못 거뒀죠.
게다가 금융위기 이후에는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며 수출이 타격을 입으며 해운업, 조선업, 철강산업 등의 어려움이 생기게 된 거고요. 그리고 자동차 산업의 경우에는 사업재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 속에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산업구조의 위기라는 점에서 장하준 교수의 지적에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