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기본소득도 그중 하나다.
www.wharton.upenn
불평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혁신 성장'을 강조하며, 여러 분야의 계획을 설명했다. 아울러 고용 및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짤 계획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서는 차분히 평가가 필요하다.
다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여 공공인프라 사업을 조기 착공하기로 하고,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이원화하며,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시도들이 혁신성장 및 소득주도성장과 어울리는지는 향후 지속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여러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개선 조짐이 없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기본소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여러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알래스카나 이란처럼 석유 판 돈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곳도 있고, 의욕적인 기본소득 실험을 잠시 중단한 곳도 있다. 다 좋은 일이다. 새로운 실험 없이 새로운 세계는 불가능하다.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탄소세 같은 걸 걷으면 녹색전환을 이끌 수도 있어서 더 좋다는 의견도 있다. 맞는 말이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에는 탄소배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름이 딱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알래스카나 이란의 사례는 좀 아쉽다. 애초에 석유에 의존한 기본소득이라 녹색전환과는 좀 멀어 보이고, 석유는 수십 년 내로 고갈되니 기본소득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 법하다.
'녹색참여소득'을 제안한다
한편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행여 불평등의 심화와 연결돼선 곤란하다. 석탄발전이 태양광발전으로 대체될 때, 노동자들이 무턱대고 실업으로 내몰려선 안 된다. 화석연료의 사용 축소가 가난한 이들의 살림살이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가중시켜서도 안 된다. 월급 차곡차곡 모아 이제 SUV 한 대 장만하려는 사람에게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말이 귀에 들어오겠나.
기본소득을 생각하면, 고민이 더 깊어진다. 기본소득으로 소비가 늘면, 화석연료에 더 의존하는 건 아닐까. 없는 살림에 소득이 생겼으니 일부러라도 자가용을 타고, 전기 사용을 늘리고, 난방도 더 하지 않을까. 비닐이나 플라스틱도 더 쓰겠지. 탄소세의 고군분투를 기대할 뿐이다.
고민하는 것은 이런 방향이다. 기후변화대응은 정의로워야 하고, 기본소득은 녹색전환을 이끌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 하나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