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안내내년부터는 병원에 오면 검사비를 선납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강상오
진료 받고 병원비를 계산하려고 자동화기기 앞에 서서 환자코드를 입력했다. 평소 같으면 진료 내역이 뜨고 카드 결제하면 처방전과 영수증이 출력되는데 오늘은 오류가 뜨면서 유인 수납처에서 진료비를 계산해야 했다. 수납을 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았는데 앞에 대기자가 40명이 넘었다. 한참을 기다려 수납을 하기 위해 수납하시는 분과 대화를 했는데 '중증환자' 혜택이 종료되기 때문에 안내차 유인 수납 창구에서 수납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 진료에서 내가 지불한 금액은 혈액 검사비까지 모두 포함해서 1100원이다. 하지만 이제 중증환자 혜택이 끝나고 다음번 진료에서는 혈액 검사하는 비용이 5만 원이 넘게 청구된다고 했다. 대학병원의 검사비와 진료비는 엄청 비싼데 나는 지금까지 '중증환자' 혜택을 받아 공짜 수준의 비용으로 병원에 다녔다.
5년이 지나 완치가 돼서 좋긴 한데 늘어난 병원비는 부담스러웠다. 어차피 나는 이제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료를 받고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하는데 특례 혜택이 끝나 늘어난 병원비는 계속해서 지출돼야 하기 때문이다. 완치돼서 기분은 좋았지만 또 하나의 작은 걱정이 생기긴 했다.
병원 앞 약국에서 2100원에 1년치 약을 받았다. 이제 다음부터는 이 약값도 얼마나 오를지 모른다. 그렇게 언제나처럼 병원으로 '약 쇼핑' 온 듯이 한 손엔 약이 가득 담긴 비닐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지난 5년 동안 나를 괴롭히던 갑상샘암과 이별했다. 그리고 이제 중증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됐다.
그동안 내 인생은 참으로 다이나믹하게 바뀌었다. 직업도 바뀌었고 인생의 가치관도 달라졌으며 행복의 기준 또한 달라졌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됐고 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생겼다. 이 모든 것이 어느날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암이라는 녀석 때문이었다. 이 녀석은 나를 엄청 괴롭히고 힘들게 했지만 진정한 나를 찾게 해준 동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이제 나는 더 재미나게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세상을 충분히 즐기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또 힘차게 발걸음을 내 딛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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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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