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희망센터를 후원하기 위해 시작한 아침 산행이 지난 4일(토) 30회를 맞았다. 이날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 정상에 도착한 윤용범 서기관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조호진
사랑하는 아내가 아프다
사업가 형님에게 연대보증섰다가 월급이 차압됐다. 노모의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뿐이 아니다. 아내의 병원비뿐이 아니다. 소년원 출원생 아들딸들도 도와줘야 한다. 오갈 곳이 없다고, 수술비가 없다고, 배가 고프다고 도움을 청하는 아이들….
팔자 좋은 공무원으로만 알았다
늘 웃고 나누고 배려하니 그런 판단은 당연했다. 그런데, 실상은 괴로운 공무원이다. 처한 현실로 보면 그는 불행하다. 그런데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을 나눠주는 행복 전도사를 자처한다. 4년째 그를 지켜보면서 위선이 아닐까? 싶어 의심했는데 불행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땅에 재산을 쌓는다. 돈 때문에 사람까지 해친다. 땅에 재산을 쌓다보면 형제애가 깨지고, 불효막심해지고, 부부의 사랑에 금이 가고, 인정이 메마른다. 그런데 그는 하늘에 재산을 쌓고 있다. 거기에 재산을 쌓으면 도둑이 구멍을 뚫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것 같다.
행복 전도사의 십일조 산행지난 토요일(4일) 안산청소년비행예방센터장 윤용범(59) 서기관과 함께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해발 385m 모락산을 올랐다. 이 폭염에 산행이라니... 산행에는 그의 아들들인 소년원 출원생 4명이 동행했다.
그는 지난 6월초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고혈압과 당뇨 등 성인병 치료를 위해서였다. 쓰러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감당해야 할 부채와 식솔 때문만은 아니다. 소년원 아들딸들에게 행복을 더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산행 때마다 5천 원~1만 원을 후원금으로 적립 중이다. 이날 산행이 30회 째로 17만 원을 적립했다. 목표는 오는 11월까지 100회다. 후원금은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대표 최승주)이 추진 중인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그는 <소년희망공장>을 지을 때도 도와주었다. 인테리어 공사비가 없어 공사가 중단되자 자기 일처럼 뛰어다니면서 '한국소년보호협회'(회장 이중명)를 통해 3000만 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소년희망공장> 문을 열게 한 그는 소년원생들의 아버지이자 소년 활동가들을 돕는 지원군이다.
그가 속사정을 밝혔다.
1987년, 결혼하면서부터 아내가 시름시름 앓았다. 근육이 굳는 등의 증세로 고통을 호소했다. 아내가 쓰러질 때마다 불안하고 두려웠다. 여러 대학병원을 다니면서 별의별 검사를 했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양의뿐 아니라 한의 치료도 받았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병이 길어지면서 간병의 괴로움에 지쳐 갔다. 술을 잔뜩 마셨다. 이대로 취해 영영 잠들고 싶었다.
"하나님, 아내를 치료해주시든지
데려가시든지 어떻게 좀 해주세요!"
40일 새벽기도를 하면서 이렇게 항의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통을 주시냐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무나 길다고. 차라리 아내를 데려 가시라고 했다. 40일 기도가 끝날 무렵에 응답을 받았는데 그것은 "아픈 아내는 너에게 준 특별히 선물"이라는 것이었다.
'아픈 아내가 특별한 선물?'
눈물이 흘렀다. 저토록 아픈 여인을 누구에게 맡기겠냐고, 윤용범 네가 아니면 책임질 사람이 없어서 너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하늘의 뜻에 무릎 꿇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하늘이 주신 특별한 선물, 그래 내가 아니면 그 누가 아픈 아내를 돌보랴. 아픈 아내가 불쌍했고 또 귀한 보화처럼 여겨졌다. 아내가 일기장에 쓴 간절한 소원이 생각나면서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단 하루만이라도 안 아프게 해주세요!"
아내는 여전히 아프다. 아내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부부의 사랑은 깊어졌다. 아픔까지 함께하는 것이 사랑이다. 아내가 '하늘이 주신 특별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원망스럽던 세상이 달라졌다. 부도로 동생들을 힘들게 하는 형님과 미운 짓만 골라서하는 소년원생들도 선물로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