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지식채널e에도 나오는 에너지슈퍼마켙
EBS
- 답변은 있었나요?"답장이 없었어요. 화가 났죠. 그래서 다 전화를 했죠. 적십자, 한살림 생협, 녹색연합 등. 어떡해야 되냐고. 그래서 한살림과는 여름방학에 먹거리 특강을 했었고. 그런데 8월쯤 녹색연합에서 찾아왔어요. 제 전화를 받고 다리를 못 뻗고 자고 있었대요. 그러면서 환경단체들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깨닫게 되었죠. 진짜 한심하구나. 너무 약하구나. 시민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어떤 움직임도, 기반도 없구나. 그런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우리 성대골에서는 내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하겠구나라는 것을 그때 알았죠."
- 그래서 무엇을 하셨나요?"녹색연합과 함께 워크숍을 했어요. 에너지 문제에 대한. 5시간 특강을 들은 뒤 강사를 보내지 않고 모든 걸 물어봤어요. 그러다 보니까 원천적인 게 궁금해진 거죠. 누가 이익을 보는 거냐. 그러면서 자본과 권력의 꼼수도 알게 됐고. 대신 부작용도 있었어요. 3번 정도 워크숍을 한 뒤 도망가는 사람이 생겼어요. 나 이거 모르고 살래, 모를 때가 나았어. 이건 알고도 어쩔 수 없어 하면서. 어쨌든 그러면서 시작했는데 결국은 소비를 잡는 것이 도시가 첫 번째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집중했죠. 에너지 절전소를 만들었어요."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는 정부- 현재 우리가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나요? 왜죠?"전기요금이 너무 싸니까요. 물값보다 싸죠. 건설부터 송전, 폐기비용까지 사회적 비용이 아무것도 안 들어가죠. 그냥 반값 정도로 전기를 공급하는 거예요. 이건 전기 생산자들이 담합해서 못 올리게 하는 거죠. 그렇게 사람들이 전기를 많이 쓰면 예비전력이 부족하다고 하고 그러면서 발전소를 짓는 거죠. 전기를 싸게 공급해도 발전소를 짓고 발전소 유지, 보수, 관리 운영하는 것이 자본한테는 훨씬 이익이니까. 전기를 많이 쓰게 하고 발전소를 짓게 만드는 거죠."
- 진짜 그럴까요?"예를 들면 제철소에서 그냥 천연가스로 철을 녹이면 될 걸 전기로 녹이잖아요. 천연가스로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가지고 그 전기로 다시 열을 가하는. 그냥 천연가스를 바로 쓰면 되는데 한 단계를 더 거치는 거죠. 왜 그러겠어요. 결국은 공급자가 꼼수가 있는 거죠. 그렇게 과소비를 부추기고 우리가 얼마나 전기를 쓰는지는 고지서에 제대로 보여주지 않죠."
- 고지서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고요?"독일이나 영국은 고지서가 A4용지로 세 장이나 와요. 자세하게 온실가스 현황과, 내가 얼마나 전기를 쓰는지, 전기요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내가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냥 문자로 띡 보내고 자동이체하고. 전기요금에 대한 체감은 거의 없죠. 없도록 하고 있죠. 내가 에너지를 과소비한다는 것을 체감 못 하게 왜곡되어 있는 구조죠.
이건 쓰레기 문제와도 비슷해요. 아침에 쓰레기를 내놓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죠. 내가 이 많은 쓰레기를. 그런데 아침에 싹 가겨가고 나면 죄의식이 없어지고. 그렇게 다시 쓰레기를 만들고. 기껏해야 분리수거 두세 가지 하는 걸로 면죄부 삼고. 누가 쓰레기 문제를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눈에서 쓰레기가 빨리 사라지고 분리수거만 하면 된다는 마케팅에 그냥 넘어가는 거죠. 덕분에 과잉포장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없고."